필자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지난 30여 년간 척추 질환 치료에 전념해왔다. 특히 수많은 목 디스크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했다. 목디스크는 손과 고개를 많이 쓰는 직업인에게 많다. 붓을 드는 화가, 고개 돌려 셔터를 누르는 사진 작가, 환자 입속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는 치과 의사, 이비인후과 의사 등도 목디스크에 걸려 찾아왔다. 고개를 숙이거나 내밀면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놓여 있는 디스크를 잡아매 주는 인대가 늘어지고 약해져 디스크가 튀어나올 위험이 커진다. 그런 환자들을 보면서 “정말로 목을 많이 쓰는 사람은 목디스크에 잘 걸리는구나! 진짜 조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목디스크에 걸리고 말았다. 오랜 기간 현미경 수술을 하면서 목을 혹사해왔던 탓이다. 오백원 동전 크기 작은 구멍으로 들여다보면서 현미경 방향과 수술 각도를 조정하고 꺾어야 하니, 자연히 나의 목은 비스듬해지고 구부정해졌다. 결국 경추(목뼈) 4~5번 사이에서 디스크 조각이 터져 나왔다.
당시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목이 지끈거렸다. 왼손으로 목을 마사지하자 좀 풀린 듯하며 통증이 줄었다. 그런데 왼쪽 어깨를 위로 들 수가 없었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목디스크에 걸렸구나” 직감했다. 튀어 나온 디스크가 터지면서 내부 압력이 감압되니까 목 통증은 줄었지만, 신경이 눌리면서 왼쪽 어깨로 가는 신경이 마비된 것이다.
경추 MRI를 찍었다. 신경 다발이 나오는 구멍이 좁아져 있었다. 디스크 조각이 낀 모양이다. 다음 날 병원 후배 의사에게 집도를 청했다. 현미경 수술을 통해 왼쪽 어깨로 가는 경추 신경 뿌리 밑에서 목디스크 파편이 발견되어 제거했다. 왼쪽 어깨를 들어보니, 힘이 들어가고 움직였다.
척추 의사인 내가 디스크 수술 후 관리를 잘못했다. 경과가 좋아 방심한 탓이다. 휴대폰 문자, 카톡, 와츠앱, 라인, 이메일 등을 온종일 하느라 머리를 앞으로 내민 채 고개를 한참 숙이며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목이 뻐근해지곤 했지만 수술받았으니 그러려니 했다.
이번에는 오른팔과 어깨가 불편하면서 오른손 둘째와 가운뎃손가락 감각이 이상해졌다. 경추 4~5번 디스크 재발이 아니라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다시 MRI를 찍었다. 목디스크 5~6번이 오른쪽으로 탈출해 나왔다. 물리치료 같은 보존 요법을 받으면 좋아질 것 같은데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였다. 이에 내시경 시술로 바로 제거해버리기로 했다. 시술은 10~20분 정도면 된다. 전신 마취가 아니므로 내시경 시술 장면을 모니터로 집도의와 같이 보면서 대화했다. “레이저를 그 부위에 쏘니까 내 팔이 튀어요. 방향을 바꾸시고 강도를 낮춰 주세요.” 환자가 의사에게 수술 방식을 요구하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내시경 시술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수술 후 관리를 철저히 했다. 목을 앞으로 숙이고 비트는 자세를 자제했다.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쓸 때 부드러운 목 지지대를 두르고 자세를 바르게 잡았다. 목을 숙이지 않고 바로 볼 수 있게 컴퓨터와 책 거치대를 구했다. 수시로 턱을 당겨서 뒤통수를 벽에 대고 서는 거북이 목 교정 운동을 했다. 잠잘 때는 넓고 얇은 베개로 어깨와 목, 머리까지 받쳐주었다. 목 강화 운동도 수시로 하고 있다<그래픽 참조>.
스마트폰 일상화 이후 한 해 목디스크 환자가 60만명(2008년)에서 100만명(2019년)으로 크게 늘었다. 목디스크 예방 자세를 습관화하고, 목 근육 강화 운동을 매일 하는 게 중요함을 ‘목디스크 치료 의사 겸 환자’로서 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