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 환자가 급증, 80만명에 이르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열 명 중 하나가 치매를 앓는 셈이다. 2024년에는 100만명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치매가 노년의 공포로 다가오자, 이렇더라 저렇더라 갖가지 말들이 많다. 이에 치매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로부터 치매에 대한 오해 7가지를 들어봤다.
1.나이 들어 치매 발생은 어쩔 수 없다
치매 증상은 75~84세의 17%, 85세 이상에서는 32%에서 보인다. 나이 들수록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오래 산다고 반드시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면서 인지기능의 저하는 어느 정도 오지만, 일상생활 능력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이는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위험 인자를 조절하면 치매 발생을 늦추거나 증상을 줄이며 살아갈 수 있다<그래픽 참조>.
2. 부모가 치매면 나도 걸릴 것이다.
가장 흔한 오해가 ‘치매=유전’다. 부모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앓았고, 발병 나이가 65세 이하인 경우,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는 5% 정도다. 부모가 65세 이후에 발병했으면, 유전자 이상은 그보다 훨씬 드물다.
65세 이전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에서 확실한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면, 자식의 50%에게 유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치매는 유전이라고 오해하나 매우 드문 경우다. 65세 이후 발병의 경우, 아포지단백E라는 위험 유전자가 존재하는데 이걸 갖고 있더라도 치매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지, 반드시 걸리는 것은 아니다.
3. 치매는 노인에게서만 발생한다.
젊은 성인에게서도 발생한다. 30~64세 나이에서 1만 명당 4~25명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국내서 30대 초반 환자도 있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기는 하지만 다른 뇌신경계 질환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노인성 치매에 비해 크다. 조발성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을 빨리 찾아내면, 치료 가능성이 노인성 치매보다 높다.
4. 치매 걸리면, 의미 있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잘못된 생각이다. 치매 판정을 받고도 활동적이고 의미 있는 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 혼자 산책이 불가능하고 자동차도 운전할 수 없을 거라고 두려워하지만, 이는 치매 단계 중에서도 많이 진행된 상황에 해당한다.
초기 치매 대부분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한다. 초기는 기억의 입력 장애가 주 증상이기 때문에 과거 기억과 과거에 습득한 기술이나 행위를 하는 데에는 큰 이상이 없다. 인지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생활 패턴을 조정하여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5. 치매는 기억장애로 시작된다.
기억장애가 치매 초기 증상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치매가 아니라도 우울증, 약물 부작용, 전해질 이상 등으로 집중력 저하가 일어나는데, 기억장애로 비칠 수 있다. 건망증은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 일시적인 기억 장애이지만 점차 나빠지거나, 일시적이지만 오랫동안 반복된다면 진료와 검사가 필요하다.
특정 치매는 기억장애 없이 이상 행동이나 성격 변화, 언어장애, 시각장애 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치매라고 인식되지 않아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서서히 진행한다면 반드시 신경과 진료가 필요하다.
6. 치매 환자는 모두 공격적으로 된다.
40% 정도의 치매 환자가 증상 발생 2년 동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오해로 좌절하거나 화를 내는 감정 변화가 유발되는 것이다. 전두엽 기능 저하로 감정 억제가 잘 안 되고, 타인의 감정을 고려할 줄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은 아니다.
치매의 한 유형인 전두측두 치매일 때에는 공격적인 성향이 첫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고집스러워지고, 감정 변화가 심하며, 쉽게 심하게 화를 내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때론 남의 말을 쉽게 믿어서 큰 손해를 본다면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7. 비타민 보충과 건강보조식품은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
다들 치매 예방을 위해 다양한 제품을 섭취하지만,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는 비타민제, 미네랄 보충제, 각종 건강보조식품 중에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성분은 없다. 검사상 비타민이나 미네랄 부족이 있는 경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지만, 정상인 경우에 추가적인 복용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김상윤 대한치매학회 명예회장
김철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