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속 쓰림’ 원인은 이제 염증 질환에서 기능 장애로 바뀌고 있다. 위염이 심해져 위벽이 허는 위궤양(염증질환) 환자는 2010년 137만여 명에서 해마다 줄더니 2019년에는 85만명까지 내려앉았다. 식품 위생이 좋아지고, 염증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감염이 줄어든 데다, 위궤양 치료제가 보편화된 덕이다. 반면 스트레스나 위장 운동 이상과 연관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는 같은 기간 61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뛰었다. 염증이 없어도 소화기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질병 인식이 늘면서 곧 위궤양을 따라잡을 기세다. 이제 한국인의 ‘대표 속 쓰림’은 30~50대 남성 위궤양에서 50~60대 여성의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처럼 한국인의 질병 지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고령화, 식습관, 좌식 생활 방식, 디지털 기기, 여가 활동 패턴 등이 바뀌면서 우리의 몸도 질병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복통으로 아랫배를 움켜쥐며 응급실을 찾는 상황이 되면, 예전에는 ‘맹장염’(충수돌기염)부터 떠올렸지만, 지금은 대장 벽이 꽈리처럼 늘어난 대장 게실염을 먼저 염두에 두는 상황으로 변했다. 근골격계 질환도 골수염·골절 등은 줄고 근막염·건초염 등이 늘고 있다. 디지털 기기 과사용과 스포츠 활동이 늘면서 근골격계 질병이 뼈에서 인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고혈압·고지혈증 등 어른들 질병을 갈수록 어린 나이에 앓으며 이른바 ‘어른이’가 돼가고 있고, 인구 고령화로 심장 부정맥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한국인의 ‘주류 질병’ 교체에 맞게 질병 예방과 관리, 조기 발견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