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그 뭐냐, 왜 그거 있잖아.”

특정 단어나 이름이 생각 안 나서, 말이 혀끝에서 맴도는 경우가 있다. 이를 ‘혀끝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럴 때 첫 글자나 비슷한 발음, 힌트를 알려주면 그 단어를 떠올린다.

이런 현상은 뇌 속에 저장된 정보가 정리가 안 된 탓이다. 옷이 아무렇게나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 원하는 무늬의 옷을 바로 찾아내기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다. 혀끝 현상은 기억하는 대상과의 감정적 유대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주 접하고 친한 단어는 혀끝 현상이 적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면 혀끝 현상을 자주 겪게 되는데, 그건 뇌 속에서 단어를 검색하는 신경망이 줄었기 때문으로 본다. 뭔가가 안 떠오르고 맴돌 때, 온갖 생각을 하여 스스로 떠올리면 그 기억은 오래간다. 그 과정서 신경망 활성화도 이뤄지니, 바로 검색하지 말고, 생각해 보시라.

혀끝 현상이 치매와 연결되지는 않는다. 치매에서는 단어 자체를 잊어버린다. 어르신들이 “자꾸 까먹어, 나 치매에 걸렸나 봐.” 흔히들 얘기하는데, 이렇게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아직은 치매가 아니다. 자꾸 까먹는다고 불평하는 어르신보다 분명히 심각한 기억 실수가 일어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면 치매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어르신이 탤런트 최불암씨를 보고 “저 양반이 뭐 하던 사람이지?”라고 말한다면 이상한 일인 것이다. 치매 전문가들이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것들을 조사해 우선순위를 매겼는데, 운동이 상위권에 꼽혔다. 치매는 머리 아닌 몸으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