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화성과 금성 차이만큼 늙어가는 행태가 다르다. 일본서 고령자 6000여 명을 대상으로 1987년부터 어떻게 노쇠해지는지 30년 추적 관찰한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90세가 되어도 살아 있는 남자 10%는 무척 정정하다. 이런 남성들이 마라톤을 뛰네,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네 하면서 TV에 나오니, 남성 장수인들은 다들 그런 줄 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자의 대부분(70%)은 90세가 되면 누워 지내거나, 세탁⋅청소⋅조리 등을 할 수 없어 일상생활 자립도가 바닥이다. 누군가의 돌봄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다. 나머지는 더 일찍 늙는다.
여자가 남자보다 6년 정도 더 사는데, 여성은 90세가 됐을 때 ‘남자 텐프로’처럼 아주 정정한 할머니는 드물다. 여성분들, 너무 큰 기대 않는 게 좋다. 호르몬 영향으로 뼈와 근력 쇠퇴가 어느 정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자 70%’처럼 누워 지내지는 않는다. 대부분 나이 들어도 자립도가 남아 있어 움직임이 느리지만 일상생활을 꾸려간다. 도쿄 동네 골목을 가보면, 지팡이 짚고 다니는 할머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할아버지들은 소수가 산에 있고, 대부분 집에 있다.
일본은 올해 100세 이상 인구가 8만6510명이다. 51년 연속으로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중 88%는 여자다. 100세로 넘어오는 남자 수가 적어서 여성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수준으로 남자는 백 살 정도가 최대치다. 남성분들, 그 이상은 기대 않는 게 좋겠다.
‘나는 이제 늙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노년 자각’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빠르다. 여성이 거울을 더 자주 봐서 그렇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래서인지 여성이 노년 생활에 더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남녀 공히 70세 정도까지는 ‘청년’처럼 지내다가 70대 중반부터 노쇠하기 시작한다. 다만 매년 측정되는 체력 지표 검사에서 새 80세가 앞선 80세 기록을 깬다. 예상컨대, 10년 후에는 80세가 되어야 노쇠가 눈에 띄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체력과 근육을 키우고, 여든 넘어서는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건강 장수 시대를 사는 큰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