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넘어지면 삶도 무너진다. 낙상으로 골절이 오면, 일 년 이내에 최대 20%가 죽음을 맞는다는 통계가 있다. 낙상 골절 후유증으로 오래 누워 있으면 근육이 다 빠지고, 면역력 떨어져 폐렴 오고, 혈액순환 나빠져 심장병, 뇌졸중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낙상은 노년 건강을 망치는 최대 주범이다. 질병으로 삶이 얼마나 고달파지는지 보는 질병부담 지표에서 낙상은 10년 전 11위에서 이제 8위로 올라섰다. 그만큼 인구 고령화로 낙상에 취약한 계층이 늘었다는 의미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낙상의 계절’이 왔다. 몸이 움츠러들고 움직임도 둔해진 요즘, 낙상이 잘 일어나는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 및 예방 요령을 알아두자.
◇길거리 낙상, 젖은 낙엽 조심
도심 곳곳에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길바닥에 뒹굴고 있다. 초겨울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지만, 마냥 즐길 만한 것은 아니다. 자칫 낙엽을 밟았다가 순간적으로 미끄러져 낙상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비까지 살짝 내려 젖은 낙엽이 됐다면, 밟을 때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빙판길 못지않다. 하이힐 신은 여성은 발목 부상 위험이 크다.
등산 낙상은 주로 하산할 때 일어난다. 거의 다 내려왔다고 방심한 데다가, 체력이 떨어져 발을 헛디디기 쉽다. 균형을 잡아주는 스틱을 사용하고, 오르고 내릴 때 체력 안배를 해야 한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가 꺼져갈 때 빨리 건너가려고 하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잦다. 신호가 끝나갈 즈음에는 건너가길 포기하는 게 낫다. 말 그대로 몇 분 빨리 가려다 몇 십 년 빨리 간다.
겨울철 낙상 복병이 살얼음 깔린 골목길이다. 특히 햇볕이 잘 안 들어가는 후미진 길을 해 질 녘 이후에 걷다가 사달이 난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갈 때도 넘어져 구를 위험이 크다. 그런 곳을 갈 때는 내딛는 발을 보면서 내려가야 한다.
건물서 낙상 사고가 흔히 일어나는 곳이 에스컬레이터다. 균형감이 떨어진 고령자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자칫 헛디디면 골절로 이어지는 사고가 난다. 다리 움직임이 둔해진 고령자는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에스컬레이터 운행 속도를 줄여놔야 한다. 버스에서 서 있을 때는 항상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한다. 차가 완전히 정차한 후에야 승객이 내리고 오르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집 안 낙상은 화장실서 주의
집에서 가장 흔히 낙상하는 곳이 화장실이다. 특히 근육에 힘이 없는 고령자가 욕조를 쓰다가 119에 실려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고령자가 쓰는 화장실에는 곳곳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깔판을 깔아야 한다.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 갈 때도 잘 넘어진다. 움직임이 감지되면 바닥에 안내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장치를 해놓거나, 화장실 문을 조금 열고 불을 켜두는 것이 좋다.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화장실 쪽이 보이는 방향으로 침대를 배치하길 권한다.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어지럽거나 실신하여 낙상하기 쉽다. 70세 이상에서는 약 30%가 그런 기립성 저혈압 증세를 겪는다. 뇌 혈류 공급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생긴다. 기립 이후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떨어지면 진단할 수 있다. 키가 크거나 하체 근육이 적은 사람에게 잘 생긴다. 기립성 저혈압 어지럼이나 실신으로 생기는 낙상을 줄이려면, 갑자기 일어서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 일어나야 한다. 머리를 15~20도 정도 올린 상태로 자는 것도 좋다.
실내 바닥에 놓인 전기장판이나, 다리미, 온풍기 등의 전깃줄에 걸려서도 잘 넘어진다. 항상 전깃줄을 정리하고, 고령자가 있는 집은 ‘툭’ 건드리기만 해도 전기 코드가 빠지는 낙상 방지용 콘센트를 쓰는 것이 권장된다.
고려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상헌 교수는 “만약 넘어지는 상황에서는 두 손을 모으고 움츠려서 옆으로 구르듯 넘어져야 골절이 적다”면서 “평소에 계단 오르기를 하면 좌우 균형감이 좋아지고 하지 근력도 커져서 낙상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길을 걸을 때는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서 빼고 앞뒤로 휘두르며 걷고, 가능한 한 폭이 넓은 신발을 신고, 몸을 낮추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야 낙상이 적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