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자위에 있던 검은 점을 지워줘 감사합니다. 인생을 자신 있게 살 수 있게 됐습니다.”

한양대 명지병원 안과 권지원 교수에게 흰자위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남긴 감사 편지 내용이다. 그중에는 외국인도 많다. 전 세계에서 흰자위에 검은 점이 있는 환자들이 그를 찾는다. 오타모반 환자들이다.

/명지병원 제공

눈 흰자위에 검은 점이 있거나 거뭇거뭇하게 색칠이 입혀져 있다면, 다들 무슨 병이냐고 물어볼 것이다. 이는 흰자위에 해당하는 공막에 생긴 멜라닌 색소 침착 점들이다. 대개 선천성이며 아시아 사람에게 많다. 백인은 드물다. 아시아인 1000명당 1~3명 정도 생긴다.

권 교수는 이 점들을 스스로 개발한 수술법으로 제거한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보적 기술이기에 중국,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영국, 호주 등에 사는 유색인종 환자들이 권 교수의 논문을 보고 한국을 찾는다. 국내 환자 대상으로도 700여 건을 수술했다.

권 교수는 “오타모반이 시력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사람 만날 때마다 ‘눈이 왜 그러냐?’는 말을 들으니,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다들 제거 수술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 수술 개발에 처음 나선 때는 15년 전이다. 오타모반이 있는 젊은 여성 환자가 진료실로 찾아와 제발 없애달라고 사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권 교수는 이후 흰자위 겉면인 결막을 살짝 들추고 나서, 그 안쪽에 있는 공막에 생긴 검은 점을 얇게 벗겨내고, 들추어 놓았던 결막을 제자리로 돌려 덮어놓는 수술법을 고안했다. 그러면 그 안에서 콜라겐 재생이 이뤄져 검은 점은 사라지고 본래 흰색의 흰자위가 남는다.

“오타모반은 날 때부터 생기지만, 제거 수술은 눈동자 성장이 끝난 15세 이후에 할 수 있어요. 오타모반 아이들에게 나중에 제거할 수 있으니 그 전까지 절대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지내다가 오라고 말합니다.”

권 교수는 흰자위 검은 점과 반대로 검은 동자에 생기는 흰색의 양성 종양 유피종 제거 수술도 하고 있다. 이 또한 소문을 타면서 환자가 몰린다. 나이 들어서 흰자위와 검은 자위에 걸쳐 지저분하고 두껍게 생기는 섬유 혈관성 조직, 이른바 익상편 제거 수술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