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때 나타나는 항체 반응 수위가 접종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각)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의 엘리자베스 클레르만 박사 연구팀은 4일 생물학 전문 학술지 ‘저널 오브 바이오로지컬 리듬(Journal of Biological Rhythms)’에 공개한 논문을 통해 오전보다 오후에 백신을 맞았을 때 강한 항체 반응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하버드 의대의 신경학 교수이자 MGH의 신경생리학·수면 부서 연구원 클레르만 박사팀은 영국의 감염 방지 프로그램에 등록된 보건 분야 종사자 219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 후에 나타나는 항체 수치를 검사했다. 자체 개발한 분석 모델을 이용해, 접종 시간대와 백신 유형(화이자의 mRNA 백신 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연령, 성별, 접종 후 경과 일수 등에 따라 항체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 접종 시간대와 면역 반응이 서로 연관됐다는 ‘개념증명(proof of concept)’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개념 증명이란 시장 도입을 앞둔 신기술을 검증하는 목적으로 특정 방식이나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걸 말한다.
연구 결과 오후에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서 더 높은 항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데노바이러스 백신보다는 mRNA 백신 접종자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는 적은 사람이 더 강한 항체 반응을 보였다.
이는 인플루엔자 백신 관련 이전 연구 결과와는 정반대였다. 당시 연구에선 고령 남성의 경우 오전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피험자의 항체가 더 높게 나왔다.
클레르만 박사는 “코로나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은 서로 작용 기전이 다르다”며 “인간의 면역 체계가 이전에 병원체를 만난 적이 있는지, 아니면 처음인지에 따라 항체 반응도 크게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추가접종(부스터샷)을 할 때 접종 시간을 오후로 잡는 게 좋다”면서도 “오후 백신 접종으로 항체 수치가 더 높으면 부작용도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팀은 시간에 관계 없이 일단 예방 접종을 받는 게 감염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실험 참가자의 규모가 적고 백신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험 참가자의 건강상태, 수면 정도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추후 코로나 백신의 최적화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