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많은 고령자가 비타민처럼 먹던 약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졸중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뇌 영양제’로 불리며 인기를 끌며 처방됐으나, 무분별한 사용에 경각심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이경실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50세 이상 성인 1200만8977명(평균 나이 68세)을 대상으로 10년간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 여부 및 복용 기간, 뇌 질환 발생 여부 등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한 경우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43%, 뇌경색은 34%, 뇌출혈은 37% 높았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을 수 있는 치매 환자는 연구 표본에서 제외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는 나이, 성별, 기저 질환 등 기타 뇌졸중 유발 요인을 동일하게 조정하여 나온 것이기에 신뢰성이 높다. 연구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네트워크 오픈 최신 호에 발표됐다.

그동안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 과열 현상에 대해 의학계에서 논란이 있었다. 치매 예방 효과가 대규모 과학적인 연구로 입증되지 않았는데, 일부에서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을 가지고 과대 포장되어 너무 많이 처방됐다는 것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으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한 해 약 300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경실 교수는 “이 약물을 복용하면 콜린 성분이 체내서 늘어나 나중에 뇌혈관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TMAO 성분도 증가한다”며 “이로 인해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갖고 치매나 뇌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고 표기하는 것을 못 하게 하고 있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건강 기능 식품 정도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치매 예방 전문 의약품처럼 쓰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이 교수는 “콜린은 적색 육, 생선, 계란 등에 풍부한 물질”이라며 “기억력 등 뇌 기능에 관여하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고령층에서 뇌 영양제라고 소문이 나면서 치매 위험이 없음에도 환자들이 먼저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며 “엄격하게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로 진단된 경우 등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