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인 1971년 12월, 당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국가 암 퇴치법에 서명하면서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5년 내 암을 퇴치하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 5년 후에도, 50년이 지난 지금도 암은 퇴치되지 않았고, 여전히 사망 원인 1위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항암 치료 기술의 발달과 암 조기 발견으로 암 생존율이 70% 선으로 올라왔다. 그래도 폐암⋅ 췌장암 등 한국인 암 발생 10위에 드는 암은 생존율이 30%대에 머문다. 암 정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암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게 퇴치
암을 완전히 퇴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은 암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암 예방 효과가 있는 성분을 꾸준히 섭취하여 암 발생 자체를 억제하고 암 성장을 지연시키자는 화학적 암 예방법(chemo-prevention)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는 “암세포를 때려잡겠다는 전략만으로는 결코 암을 퇴치할 수 없고 되레 암세포가 포악해져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과학적인 수단을 통한 암 예방이 원천적으로 암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암 환자를 관리하고 치료하는 데 소비되는 막대한 경비를 절감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된 화학적 암 예방 요법은 지금까지 수십가지 성분이 표면 위로 등장했다. 아스피린처럼 흔히 먹는 약물을 통한 암 발생 감소 효과도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흡연, 공해, 탄 음식, 스트레스, 비만, 운동 부족 등을 개선하고, 면역 기능 증진을 위한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항암 효과 음식 성분 꾸준히 섭취
토마토에 많은 라이코펜, 보라색 식물에 많은 안토시아닌, 강황 카레 등에 함유된 커큐민, 청국장, 된장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 등이 대표적인 화학적 암 예방제들이다<그래픽 참조>. 이 성분들은 각종 실험 연구를 통해 암세포를 성장시키는 조절 인자를 억제하고, 암 세포 자살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선이나 고기가 타서 생기는 발암 성분을 상쇄하고, P53 등 항암 유전자도 활성화 시킨다.
화학적 암예방제는 레스베타트롤, 베타카로틴, 알리신, 캡사이신, 셀레늄, 카테킨, 퀘르세틴, 올레오칸탈, 유황화합물, 로즈마린 산, 진저롤, 실리마린, 계피 알데히드, 진세노사이드, 오메가3 지방산 등 다양하다. 거의 모두 색깔 있는 야채와 과일, 등푸른 생선, 견과류에 많이 함유된 성분이다.
서울대병원 이은봉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연구된 성분들을 건강보조제 형태로 먹는 것보다 천연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큰 것으로 연구된다”며 “평소 식단을 항암 식품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암 발생 예방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흔히 먹는 약물의 암 발생 억제 효과도 속속 입증되고 있다. 해열 진통제 아스피린은 대장암 전단계인 용종 생성을 줄여서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비(非)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로 관절염 등에 처방되는 콕시브계 약물도 암 발생 억제 효과를 보인다. 특히 폐암 예방에 좋은 것으로 파악된다. 콜레스테롤 강하제로 많이 처방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은 암세포 에너지 대사를 차단하여 항암 효능을 지닌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쓰이는 피나스테리드 약물은 전립선암 예방 효과를 지닌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수용체 차단제는 유방암 억제 효과로 임상에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