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년). 그의 색감과 묘사, 붓 터치는 나이 들어 가며 바뀌었다. 시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모네는 양쪽 눈에 백내장을 앓았다. 빛이 통과하는 렌즈가 퇴행되어 혼탁해지는 병이다. 모네는 백내장으로 화가 업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됐어도 그림을 계속 그렸다.

클로드 모네는 1883년 43세에 저택을 구입해 그 안의 수련 연못과 일본식 다리, 건초 더미 등 정원 풍경을 줄곧 화폭에 담았다. 백내장을 앓기 전 59세에 그린〈수련 정원〉은 색깔이 다채롭고 묘사가 섬세하다. 백내장 후유증에 시달린 82세에 그린〈일본식 다리〉는 다리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고, 붓터치는 뭉개진 듯하고, 붉은색 위주로만 그렸다. 시력과 색감 상실의 결과다.

72세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고, 78세에는 더 이상 색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물을 정확하게 묘사하기도 힘들어졌다. 모네 그림에는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그린 시기가 다른 그림들이 꽤 있다. 백내장을 앓기 전 59세에 그린 <수련 정원>과 백내장 후유증에 시달린 82세에 그린 <일본식 다리>를 보면, 같은 사람이 동일 장소를 그린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다.

그림 속의 의학(일조각 펴냄)을 쓴 한성구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말년에 그린 <일본식 다리>는 어디가 다리이고 연못인지 구별이 안 되어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며 “백내장 증상으로 형태가 뭉개지고, 빨간색이나 노란색 위주로 강렬한 색조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모네는 밝은 곳에서 색을 구별하는 것을 더 어려워했다. 안재홍 아주대병원 안과 교수는 “실제로 백내장 환자 중에서는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서 시력이 더 좋은 경우를 볼 수 있다”며 “밝은 곳에서는 동공 크기가 줄어 백내장에 의해 빛이 차단당하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내장 환자 중에는 빛의 전달 폭이 바뀌어 작은 글씨가 잘 보이기 시작한다는 이도 있다.

모네는 막판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는 하얀 백내장 조각들을 파헤쳐 제거하는 수준이었다. 만약 모네가 요즘 한국 안과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 수정체 교체술을 받게 된다. 안구 옆을 2㎜ 정도 째고 백내장 수정체에 초음파를 쏘아 렌즈를 산산조각 낸 뒤 빨대로 빨아서 제거하고, 그 자리에 주사기 안에 돌돌 말린 인공 수정체를 찔러넣어 자리 잡게 한다. 수술 시간이 30분도 안 걸린다.

요즘은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해결하는 다초점 렌즈를 넣는 게 인기다. 안재홍 교수는 “한쪽 눈에는 원거리 중간거리 다초점 렌즈를 넣고, 다른 쪽에는 원거리 근거리용 렌즈를 넣으면 먼곳과 가까운 것, 둘 다 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네의 말년 그림은 나중에 후배 화가들에 의해 추상화를 낳았다는 평가가 있다. 백내장이 화풍 시류를 바꾼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