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원격의료가 의료 서비스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고 있다. 15일 열린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웨비나에서 의료 분야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원격의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코로나 이후 원격의료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웨비나에는 일본 의과학협회 원격의료 위원장인 마사오미 난가쿠 도쿄대 의대 부학장, 원격 재활 기술을 개발하는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 재택치료센터를 운영하는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 원장이 참여했다.진행은 백남종(한국원격의료학회 학술위원장)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맡았다.
◇2년간 원격의료 350만건
백남종 원장은 “코로나 이후 진료, 상담 등 원격의료 건수가 350만을 넘었다”며 “현재까지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의료 기관이 전체의 3분의 1인 1만곳 이상”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에 청구된 비대면 관련 비용은 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코로나 환자를 관리하는 재택치료센터를 운영해온 이상덕 원장은 “매일 의사와 간호사가 원격으로 환자 300명을 관리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국·보건소를 통해 환자에게 배달한다”고 말했다. 16일 기준 전국 코로나 재택 치료자는 26만604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고령 사회가 될수록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덕 원장은 “원격의료를 통해 환자는 병원 방문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급속한 고령화 시대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원격의료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원격 재활 기술을 개발하는 반호영 대표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미국 내 원격의료 서비스 활용률은 전체 환자의 11%에 불과했지만, 2020년 46%로 급증했다”며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미국 의료진과 방역 당국은 의료 서비스에 원격의료를 대거 추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원격의료 기업 ‘텔라닥(Teladoc)’은 지난해 미국의 대형 보험사와 함께 전국적인 1차 진료를 시작했다고 반 대표는 전했다. 대형 의료보험 회사들도 원격의료를 대면 진료 대안이 아닌 선택의 하나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환자 의료 데이터 보안 강화
원격진료가 코로나 이후에도 환자와 의료진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난가쿠 부학장은 “빠르게 고령화되는 일본에선 노인들이 기술을 어려워하는 점이 원격의료 확산을 막는다”며 “노인 환자들이 대면 진료에 비해 원격으로 진료받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했다. 백남종 원장은 “많은 의료진이 원격의료를 할 때 일반 진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그 보상은 적다고 느낄 뿐 아니라 법적 책임을 우려한다”며 “환자 진료 정보가 담긴 의료 데이터는 민감한 이슈인 만큼 보안 시스템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격진료 보험 수가 문제 또한 난관이다. 난가쿠 부학장은 “일본의 원격진료 확산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원격진료 의료 수가가 대면 진료와 비교하여 굉장히 낮다는 점”이라며 “일본 정부가 코로나 이후 원격의료 대상을 재진에서 초진 환자로도 확대했지만, 비용 문제로 원격의료가 크게 확산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반호영 대표 또한 “산업적 관점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보험”이라며 “2020년 6월 규제 샌드박스 홈 재활 분야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보험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격의료 단말 장치 등 기술을 더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난가쿠 부학장은 “현재 원격의료에 쓰이는 장비는 의사가 환자의 목소리와 모습만 수집할 수 있을 뿐, 대면 진료처럼 폐·심장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장비가 없다”며 “도쿄대 공대와 협력해 데이터 장비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덕 원장은 “환자가 직접 측정한 데이터가 병원 서버에 자동 전송되어야 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안전하고 누구한테나 편리한 원격 의료가 널리 자리 잡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