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이 배 속에 퍼진 말기 상태라도 포기하면 안 됩니다. 항암제를 써서 위암 분포를 줄인 다음에 수술로 제거하면 생존 기간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한 노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가 말기 위암 수술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위암 수술을 1만1000여 건 했다. 모두 위암 2기 이상의 배를 여는 개복 수술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기록이다. 위암 수술 원조국 일본에서도 매년 강의 요청이 잇따른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매년 약 3만명이 신규 위암으로 진단된다. 5년 생존율은 초기에 발견되는 1기의 경우 95%이지만, 4기는 15% 내외로 뚝 떨어진다. 위암이 늦게 발견되어 복막으로도 퍼지거나 복부 밖 림프절로 전이된 4기 암(말기)이면, 대개 치료를 포기하거나 최종적으로 항암제를 쓰고 지켜본다.
하지만 노 교수는 “먼저 항암제를 쓰고, 위암 크기와 분포가 줄어들면 치료를 수술로 전환하여 위암을 떼어냈더니 4기 암 평균 생존 기간이 기존 12개월에서 26개월로 늘어나서 학회에 보고했다”며 “말기 암의 30~40%는 이런 전환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암 말기는 수술해도 소용없다는 기존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위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 만지는 과정에서 위암 세포가 복막으로 떨어져 나가면 나중에 복막 전이의 빌미가 된다. 노 교수는 이를 차단하고자 위암 자리를 천으로 완전히 감싸고 수술하는 이른바 ‘노 터치 테크닉’을 개발해 사용해왔다. 이 방법은 배를 여는 개복 수술을 해야만 가능하다.
위암에서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 치료 효과를 비교한 대규모 임상 시험의 결과가 최근 발표됐는데, 진행된 3기 암이거나 전이된 림프절 개수가 많은 환자의 경우, 개복 수술의 5년 생존율이 복강경 수술보다 10%포인트 높게 나왔다.
노 교수는 “초기 위암의 경우 요즘 내시경으로 위암 부분을 벗겨내는 치료가 대세지만, 일부에서 암세포가 예상 범위를 넘어 퍼졌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내시경 시술이나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재발 가능성이 10% 있어도 해당 환자에게는 100%인 것이니, 암 수술은 첫 번에 안전하고 완전한 암 제거가 이뤄지도록 해야 생존율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