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운동을 많이 하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 연구 결과는 이러한 가정을 명확히 증명하지 못해왔다. 치매는 장기간 서서히 진행하는 병이어서 단기간 연구로는 운동이 치매를 예방했는지, 치매에 걸리지 않아서 운동을 많이 할 수 있었는지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판에 운동과 치매의 관계를 장기간에 걸쳐서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일본보건건강연구센터 치매 연구에 등록된 50세 이상 일본인 4만3896명을 대상으로 했다. 하루 총운동량 및 여가 동안의 운동량을 조사하고 평균 9.5년을 추적 관찰하면서 중증 치매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치매는 5010명에게서 발생했는데, 하루 총운동량이 많을수록 남녀 모두 치매 발생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여가 시간 중등도 이상 운동을 즐기는 남성은 가벼운 운동만 하는 사람보다 치매 발생률이 28%포인트나 낮았다. 여가에 한 운동은 혼자서 하는 달리기가 아니라 주로 골프와 테니스였다.

일상적 운동과 달리 여가를 내서 하는 운동이 치매 예방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 것은 운동하면서 끊임없이 상대방과 대화하고 계속 두뇌 회전을 해 신체와 인지 기능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여성들에게 여가 운동 효과가 작았던 것은 이들은 적극적으로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운동으로 건강도 얻고 치매도 예방하고 싶다면, 혼자서 하는 운동보다 사람들과 교류하고 인지 기능도 자극하는 스포츠를 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