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국제학술지 신경학 저널에 파킨슨병을 앓는 화가 이야기가 여러 차례 실렸다. 파킨슨병을 앓고 나서 그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한 논문들이다. 파킨슨병은 뇌 속에서 신경호르몬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도파민 부족으로 몸이 경직되고, 손이 떨리고, 보행이 느려진다.

파킨슨병이 일찍 찾아온 47세 남자 화가 스토리가 신경학 저널에 소개됐다. 화가 이름은 환자 정보이기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 화가는 진단 8개월 전부터 그림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고 한다. 쉬는 동안에 손이 떨렸고, 보행 속도가 느려졌다. 도파민 약물 치료를 받았고, 나중에는 도파민 생성 신경 조직에 전극을 꽂아 전기를 흘리는 치료, 뇌심부 자극술을 받았다. 적절히 치료를 잘 받은 셈이다.

파킨슨병을 앓은 47세 남자 화가의 작품. 병이 나기 전에는 사실주의 화풍(위 그림)이었으나, 치료 후에는 도파민 분비가 늘면서 인상주의 화풍(아래 그림)으로 바뀌었다. /국제학술지 신경학 저널

그러고 나서 그림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왔다. 그는 본래 사실적 묘사를 추구하는 현실주의 화풍 화가였다<위 그림>. 치료 후에는 그림이 인상주의풍으로 바뀌었다<아래 그림>. 같은 화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화가는 자신이 좀 더 감성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논문을 쓴 신경학자는 “도파민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킨다”며 “감소된 도파민이 치료로 다시 늘면서 창조 과정에 감정적인 느낌이 높아져 인상주의 그림을 그리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실은 다소 미화되어야 더 아름답게 느끼는 법인가, 아무튼 도파민이 있어 행복한 셈이다.

68세 일본인 화가도 파킨슨병으로 도파민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그림을 계속 그렸다. 나중에는 병의 증세로 얼굴에 표정이 사라지는 가면안이 됐다. 신체는 느려졌지만, 정신은 뚜렷해졌다. 그는 애초 추상화 작가로, 눈으로 본 것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여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파킨슨병 후유증으로 재구성 능력이 사라져, 보이는 대로 그리는 화풍으로 바뀌었다.

고령사회를 맞아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1만여 명으로 늘었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다. 초기 증상들로는 글씨 크기가 전에 비해 작아졌거나, 걸을 때 발이 땅에서 잘 안 떨어지고 끌리거나, 손으로 단추를 잠그는 것이 힘든 것 등이 있다. 허영은 분당차병원 신경과 교수는 “초기에는 운동 장애 외에 수면장애, 후각장애, 변비, 우울증상 등 다양하게 나온다”며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이뤄지면 병의 진행을 늦추면서 일상은 물론 사회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과 화가. 질병은 그들을 또 다른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