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5일 오후 서울 뚝섬 유원지에서 열린 치매극복 캠페인 "동행, 치매를 넘어" 행사에 참가한 한 부부가 손을 잡고 한강변을 걷고 있다./조선일보DB

치매 환자 배우자는 일반인 배우자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약 2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 논문을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하고, 이는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부부가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60세 이상 한국인 부부 784쌍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로, 부부간 치매 발생 위험 정도를 밝힌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지능·의지·기억 등 정신적 능력이 현저하게 감퇴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배우자가 있는 치매 환자는 대개 배우자가 일상생활 대부분을 함께하며 치매 환자를 돌본다. 이 과정서 치매 환자의 배우자는 일반인 배우자에 비해 기억력, 언어 인지 등 정신적 능력이 빠르게 감퇴한다. 아울러 부부는 교육 수준, 신체 활동, 흡연, 외상성 뇌 손상, 우울증 같은 치매 위험 인자를 공유하고 있었고, 특히 배우자가 치매 환자인 경우 신체 활동 부족과 우울증 심화가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기웅 교수는 “치매 환자와 함께 배우자에게도 치매 발병 인자에 대한 개선과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부부가 같이 신체 활동을 늘리고, 우울증을 유발하는 환경을 개선해 나가면 부부 치매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