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서 적혈구가 검출되거나, 오줌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단백질이 나와 신장과 방광 검사 다 받았는데, 이상 소견이 없다고 해서 왔다가 왼쪽 신장 정맥이 눌리는 호두까기 증후군으로 진단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김승협(K영상클리닉 원장) 서울대 의대 영상의학과 명예교수가 호두까기 증후군 의학 교과서를 냈다. 왼쪽 신장 정맥은 대동맥 앞을 건너서 오른쪽에 있는 대정맥으로 합류하는데, 대동맥 앞을 지날 때 소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상간동맥 사이를 통과한다. 그 공간이 좁아서 왼쪽 신장 정맥이 눌리면 혈류가 뒤로 밀려 왼쪽 신장 혈액 순환이 정체된다. 그것이 마치 호두까기 기구에 눌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호두까기 현상이라 부른다. 왼쪽 콩팥 혈류가 정체되면 혈뇨나 단백뇨 등이 생길 수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진단과 증후군을 김성권 서울대 신장내과 명예교수와 함께 독일 스프링거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낸 것이다. 스프링거는 저자의 권위와 서적 내용을 철저히 심사해 출판하기로 유명해서, 의대 교수들은 스프링거가 교과서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명예로 삼는다.
김 교수는 “그동안 의사들이 호두까기 현상에 관심이 없어 잘 몰랐다”며 “왼쪽 옆구리가 뻐근하게 아픈데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가 ‘호두까기’로 진단받는 환자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 조사에 따르면, 신장과 비뇨기계 증상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은 사람 중 호두까기 현상이 발견된 경우는 약 30%다. 그중 절반에서 혈뇨, 단백뇨, 옆구리 불편감 같은 증세가 있었다. 마른 사람에게 많고, 갑자기 살을 뺀 경우도 흔하다. 김 교수는 “호두까기 현상이 발견된 환자가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면, 신장 정맥이 동맥 사이에 끼는 현상이 줄어들면서 통증 등 증세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세계초음파학회 회장을 지냈다. 요즘 그에게 전 세계 학회서 호두까지 증후군 진단에 대한 강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김 교수는 “초음파 검사 할 때 ‘숨 참으라’는 얘기를 남발하는 검사자는 실력도 별로고, 환자에 대한 배려심도 약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며 “초음파 검사는 환자가 편안한 상태서 검사 목적을 뚜렷이 하고 봐야 병을 잘 찾아내고 진단도 정확히 이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