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1606~1669년)는 빛의 화가로 불린다. 그림의 주변부는 검게 칠했고, 그림 소재 주인공들은 아주 밝게 그렸다. 그의 대표작 <야경>에서도 주변부는 어둡고, 중심부는 환하다. 대개의 그림이 이런 방식이어서 입체감이 돋보이고 집중감이 올라간다. 그래서 렘브란트를 3차원 영상의 최초 시도자라고 평하기도 한다.
렘브란트의 이런 화풍이 실은 두 눈동자의 시선이 각기 다른 외사시 때문이라는 분석이 안과 관련 국제학술지 논문에 종종 나온다. 렘브란트는 자기 초상화를 많이 그린 화가로 유명한데, 거기에 나온 양쪽 눈동자 방향을 자세히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왼쪽 눈이 바깥 쪽을 향하고 있다. 양쪽 눈의 시선 차이가 생긴다. 왼쪽과 오른쪽 눈에 잡히는 영상이 다른 상태에서는 뇌가 주된 시선의 한쪽 눈 영상만 취한다. 다른 쪽 영상은 버리는 선택을 한다. 그 결과 되레 입체감이 떨어지고, 앞뒤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 전문 안과 전문의는 “외사시로 입체감이 떨어지면 그림을 평면으로 그리게 되고, 입체감을 만회하려고 먼 곳은 더 검게, 가까운 곳은 유난히 밝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며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그런 패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문의는 “반대로 양쪽 눈동자가 안쪽으로 몰리는 내사시는 양 눈에 들어오는 영상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뇌가 혼란스러워하고 일부러 한쪽을 쓰지 않아 그 눈이 약시가 될 수 있다”며 “요즘 스마트폰을 장시간 쓰거나 정밀 작업을 오래 하는 사람에게 내사시 현상이 일어나는데, 자주 먼 곳을 봐서 내사시 현상이 오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렘브란트의 외사시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에 빠져들게 하는 명화를 만든 걸까? 그렇다면 렘브란트야말로 의학적 취약성을 창의성으로 승화시킨 신묘한 화가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