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48)씨는 고향에 혼자 있는 친정어머니(81) 걱정에 잠을 설친다. 신씨 어머니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2018년 9월과 2019년 9월 치매안심센터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두 번 다 정상 판정을 받았다. 그랬던 신씨 어머니는 작년 10월 병원 정밀 검사에서 경도(輕度) 인지 장애 판정을 받았다. 기억력이나 뇌의 인지 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진 상태로, 치매 바로 전 단계다. 신씨는 “어머니가 원래는 노인정이나 노래 교실을 다니면서 외부 활동을 했는데, 코로나로 이런 활동이 모두 중단되자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어르신들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어르신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가운데, 이처럼 외부와 단절된 생활은 치매 예방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치매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 “코로나로 치매 위험 높아져”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경로당과 노인 복지 센터 등의 운영도 중단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어르신들이 친구·가족과 만나는 횟수도 대폭 줄었다. 박건우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거리 두기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해 기억 중추의 기억을 떨어뜨리고, 이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용수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2020년 8~10월 치매 환자 보호자 10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3명(51.5%)이 코로나 이후 환자의 이상 행동이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가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사고나 집중이 어려운 증상) 등 뇌 기능과 관련된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도 어르신들에게 위험 요소다.
◇뇌 자극하는 활동 많이 해야
치매는 뇌에서 인지 기능과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와 회로가 줄어든 상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가용 신경세포와 회로를 평소에 많이 쌓으면 된다. 뇌는 반복되는 것을 하면 굳이 새로운 신경 회로를 만들지 않는다. 뇌 신경세포와 회로를 늘리려면 평소 하지 않던 새로운 활동이나 학습을 하는 이른바 ‘뉴로빅(neurobics)’을 해야 한다. 뇌 신경세포 ‘뉴런’과 ‘에어로빅’을 합친 말로, 뇌 신경 자극 활동을 뜻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 안 했던 것을 하면 된다. 안 쓰던 손을 쓰는 것은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오른손잡이라면 밥 먹을 때나 도구를 사용할 때, 양치질할 때 왼손을 써보는 것이다.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 없이 가본다. 이정표를 신경 써 보면서 지형과 건물의 변화를 새롭게 인지하며 운전하다 보면 뉴런이 자극받는다. 한 번도 안 가본 동네를 걸으면서 이 가게, 저 가게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늘 다니던 출퇴근길이나 산책길을 바꿔본다. 낯선 길에서 새로운 풍광·소리를 만나면 뇌가 자극을 받는다. 새로운 외국어를 공부하면 다양한 뇌 신경 회로를 동원하게 된다. 오감을 자극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맨발로 걸어 보거나 새로운 음식 맛을 시도해 본다. 손으로 글씨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번도 배우지 않았던 악기나 춤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음악을 들을 때 특정 악기만 추적해서 들어보는 것도 뇌에 신선한 자극이 된다. 이런 새로운 행동을 오래 하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 쪽 피질 두께가 두툼하게 변해 인지 기능이 좋아진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과 만나려면 그 약속을 기억해야 하고, 사람들과의 대화가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우울감도 줄여준다. 운동도 중요하다. 가만히 앉아 TV만 보는 것보다 30분이라도 산책을 하는 게 좋다. 일기 쓰기는 단기 기억력을 자극해 치매 예방에 좋다. 일기 쓰는 게 어렵다면 그날 아침·점심·저녁으로 뭘 먹었는지 적으면 된다. 식단을 떠올리다 자신도 모르게 뇌를 자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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