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59)의 별명은 ‘풀 먹는 성악가’다. 그의 식탁에는 언제나 샐러드와 과일, 올리브 오일 등이 빠지지 않는다. 조선일보 건강챌린지에 참여한 조수미는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본 동료 음악인들은 ‘풀만 먹고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내니?’라고 놀린다”면서 웃었다.
조수미는 보통 하루에 두 끼 식사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미지근한 물 한잔과 블루베리를 한 움큼 먹은 뒤 본격적인 식사 준비에 들어간다. 그는 직접 촬영한 식단도 공개했다. “아침에는 잡곡빵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올려서 오븐에 살짝 구운 뒤, 아보카도와 브라질너트(Brazilnut)를 그 위에 올려요.”
점심 겸 저녁 식사 때는 빵이나 찐 감자, 고구마와 함께 야채 샐러드를 즐긴다고 했다. 그는 양배추와 바나나, 키위, 토마토와 당근 등 총천연색 과일과 야채 위주의 식단을 ‘나만의 샐러드 바’라고 불렀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잘 씻어서 아몬드와 함께 식탁에 올리는데, 주로 올리브 오일이나 발사믹 식초, 요구르트와 함께 즐기죠.”
조수미가 이렇듯 식단 관리에 철저한 이유가 있다. 전 세계 공연장을 누비기 때문에 음식과 숙소가 수시로 바뀌고 시차 때문에 취침과 기상 시간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성악가는 무대에서 늘 웃으면서 노래하지만, 실은 스트레스와 과로에 상시 노출된 직업”이라고 말했다. 가족력도 또 하나의 이유다. 그는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모두 당뇨를 앓았고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조수미는 육류는 즐기지 않는다. 대신에 달걀과 생선, 두부와 콩 요리 등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을 채운다. 그는 “서너 시간씩 지치지 않고 무대에서 노래하기 위해서는 스테이크를 1kg씩 먹어야 한다는 성악가들도 있지만, 제 경우에는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한 소금이나 설탕은 음식에 일절 넣지 않는다고 했다.
그도 처음부터 이렇게 꼼꼼하게 식단을 챙겼던 건 아니다. 1983년 이탈리아 로마로 혈혈단신 유학을 떠났을 당시에는 넉넉지 않은 학생 신분이라 가려서 식사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당시엔 식단이나 영양소를 따질 여유도 없이 일단 굶지 않고 버티려고 먹었다”면서 “길거리에서 빈혈로 쓰러지기도 했고 병원에도 자주 드나든 편이었다”고 했다.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변화가 생겼다. 그는 “성악가는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아플 수도 없고 아파서도 안 되는 직업”이라며 “그 때부터 스스로에게 강하게 동기 부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훈련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언제나 방 온도는 18~20도, 습도는 60~65도에 맞춰 놓는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에도 작은 휴대용 가습기를 얼굴과 목 근처에 틀어놓는다.
코로나 3년 차에 적잖은 사람들이 우울함과 무기력증을 호소한다. 조수미는 “활동량이 줄어들면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많아지고 과식이나 폭식에 빠지기도 그만큼 쉽다”고 말했다. 실생활에서 이를 막기 위한 간단한 비법도 소개했다. 우선 급하게 먹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오른손잡이라면 반대로 왼손으로 포크나 젓가락질을 하는 방법이다. 그는 “처음엔 더디고 불편하겠지만, 바쁘더라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포장 용기보다는 나만의 그릇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수미는 “설령 배달 음식이라도 예쁘고 세련된 나만의 접시에 따로 담아서 먹는다면 식사 시간도 한층 즐거워지고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팬데믹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삶은 ‘긴 여행’이고 나 자신은 그 여행의 소중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앱에 들어가시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기 위한 ‘건강 챌린지’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수미의 ‘하루 한 번 샐러드 먹기’ 등 5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습니다. http://link.chosun.com/VvXz 에 접속하시면 조선일보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건강챌린지에 대한 더 자세한 안내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