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모(30)씨는 코로나 유행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0년 초 키 175㎝, 몸무게 64㎏으로 정상 체중에 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74㎏으로 과체중 상태다. 재택근무를 하며 거의 매일 배달 음식을 먹은 것이 문제였다. 임씨는 “혼자 사는데 배달앱으로 주문할 때 최소 금액이 있다 보니 평소 먹는 양보다 많이 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시켜 먹는 메뉴가 대부분 고칼로리 음식인데 많이 먹기까지 하다 보니 금방 살이 쪘다”고 했다.

◇배달 음식 코로나 전보다 163% 급증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배달 음식 주문이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25조6847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2% 늘었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보다는 163% 급증했다. 배달 음식은 집에서 직접 만드는 음식에 비해 고열량인 데다 당과 나트륨, 동물성 지방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먹을 경우 체중 증가, 혈당과 혈압 상승, 고지혈증 악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하루 시간대별 음식 섭취 중 야식(밤 10시~새벽 4시) 비율

집에서 밤늦은 시각까지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야식을 먹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도 국민 건강 차원에서 볼 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비만 전문 클리닉인 365mc가 클리닉을 찾은 환자 약 3만명이 작성한 식단 일기를 분석한 결과 음식을 먹는 시간대 중에서 밤 10시~새벽 4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8.65%에서 지난해 13.73%로 껑충 뛰었다. 365mc 관계자는 “병원에서 비만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이 정도라면 일반인들의 식습관은 더 나빠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칼로리 줄이고 다양하게 먹어야

조인영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량을 확인하면서 고칼로리·고지방 음식을 과다 섭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은미 강북삼성병원 수석영양사는 “되도록 배달 음식을 안 먹는 게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면 돈가스나 튀김 종류보다는 생선구이 백반을 주문해 반찬으로 딸려오는 채소와 먹는 걸 권한다”고 말했다. 샐러드를 먹을 때에는 드레싱을 부어서 먹기보다는 찍어 먹는 게 좋다. 샐러드 자체는 괜찮지만 드레싱이 고칼로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양여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우 교수는 “배달 음식보다는 차라리 재료만 들어 있고 직접 조리해야 하는 간편조리식(밀키트)을 먹는 것이 낫다”며 “나트륨이나 당류 등 몸에 해로울 수 있는 것을 요리 과정에서 조절해 뺄 수 있다”고 했다.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게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이 귀찮아서라면 회덮밥이나 비빔밥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채소와 육류가 골고루 섞여 있어 비교적 건강한 음식이면서도 가정에서 만드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천연 항암제 역할을 하는 야채·과일·곡물은 눈에 보이면 무조건 먹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매끼 가공하지 않은 채소를 하나씩은 식단에 넣는 것을 권장한다. 혀가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섭취율이 떨어지기에, 고령자는 살코기·생선·닭고기 등을 매일 챙겨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싱겁게 먹고 다양한 음식을 섭취해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최초 노화연구소인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는 장수 지침을 발표하면서 가능한 한 하루 10가지 이상 종류가 다른 식품을 먹으라고 권한다. 장수의료센터가 제시한 매일 먹어야 하는 10가지 음식 리스트에는 생선, 식용 기름 또는 버터, 살코기, 유제품, 녹황색 채소, 해조류, 감자나 고구마 같은 당질류, 계란, 콩 식품, 과일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