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출신인 정모(20)씨는 2020년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2년 동안 수업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돼 캠퍼스 가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친구들을 사귈 기회도 거의 없었다. 자취방에서 온라인 수업 시간에 맞춰 컴퓨터를 켠 뒤 수업이 끝나면 낮잠을 자고, 밤에는 잠을 못 자는 생활이 반복됐다. 무력감과 우울감이 심해지며 정씨는 지난해 말 정신과에서 수면제까지 처방받았다.
◇아이들 인지·정서 능력도 떨어져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국민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 남녀의 우울 점수는 평균 5.04점으로, ‘가벼운 우울증’에 해당했다. 2019년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는 2.14점으로 정상 범위(0~4점)에 있었다. 특히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증을 뜻하는 ‘우울 위험군’의 비중은 2020년 3월 17.5%에서 2021년 12월 18.9%로 올랐다. ‘최근 2주 이내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거나 자해하려고 생각했다’고 응답한 자살 위험군도 2020년 3월 9.66%에서 작년 12월 13.62%로 급증했다. 우리 사회의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조사를 이끈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고립감이 커졌고, 경제적 피해 등으로 우울감이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코로나 블루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30대가 우울 위험군 비율이 27.76%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20대(19.95%)였다. 젊은 세대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큰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다.
아이들의 인지·정서 능력도 떨어졌다. 학부모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작년 5월 서울·경기도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학부모 등 145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원장과 교사는 71%, 학부모는 68%가 ‘코로나로 아동 발달에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바깥에 나가지 못하면서 다양한 자극을 받을 기회가 줄었고 사람들이 마스크 쓴 모습만 보면서 표정을 통한 감정 표현도 접하지 못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이들의 두뇌 신경망은 3살까지 급속하게 발달하는데, 이때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서적 거리두기는 이제 그만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우울감을 크게 줄여준다. 서울아산병원 정석훈 교수는 “누군가와 안부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정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된다”며 “그동안 연락하는데 소홀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나 메신저, SNS를 통해 연락해 안부를 묻고 소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했다.
야외 활동도 우울감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가 약물 외에 우울증 치유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유일한 것이 ‘햇빛 쐬며 걷기’다. 햇빛이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해 행복감을 주고, 밤에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깊은 수면에 빠지게 한다. 프로골퍼 박현경의 ‘반려견과 산책하기’ 챌린지처럼 반려견과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도 좋다. 숙면은 우울증을 예방한다. 일본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가 제정한 장수 지침에도 우울증 예방을 위해 하루 한 번 이상 외출하라는 항목이 있다. 출근길에 만난 커피숍 직원, 회사 경비원, 직장 동료 등에게 미소를 짓는 것도 긍정적인 심리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미소는 우울감과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아이들의 인지·정서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와 자주 놀아주고 아이의 외부 활동을 늘려야 한다. 예컨대 ‘아이와 그림그리기’ 챌린지는 아이의 인지·정서 능력 함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