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사선 피폭이 적은 저선량 CT로 폐암 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CT 상에 폐 일부가 뿌옇게 보이는 간유리(groud glass) 음영이 발견됐다고 찾아오는 환자가 늘었다. 나중에 폐암이 될 수 있다는데, 어찌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최근 의사 출신 방송인 홍혜걸씨도 간유리 음영으로 폐 부분 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혀서 화제를 모았다.
CT 상 폐의 간유리 음영은 다양한 모양, 크기, 농도로 나타나는데, 흔히는 폐렴이나 염증 후 아문 상처 등에서 보인다. 문제는 폐암 초기도 이런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번 CT에서 간유리 음영이 보이면, 대개 3~6개월 후 다시 촬영한 CT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고 폐암 가능성 여부를 판단한다.
대개 간유리 음영 모양이 간단하고 그 안에 알갱이처럼 보이는 고형 결절이 없으면 순수 간유리 음영이라고 해서 아직 폐암 가능성이 낮다고 분류한다. 하지만 그렇게 볼 수 없는 연구 결과가 있다. 10년 전부터 간유리 음영을 적극적으로 수술해온 필자 병원의 분석 논문에 따르면, 순수 간유리 음영을 수술하여 병리 검사를 해보니, 폐암 전 단계가 2.3%, 자라지 않는 이른바 제자리암이 40.9%, 미세 침습 폐암이 34.1%, 그리고 침습 폐암이 22.7%였다. 결과적으로 97.7%가 병리학적으로 암이었다. 미국 가이드라인으로는 순수 간유리 음영이 2cm 이상, 일본은 1.5cm 이상이면 제거 수술을 고려한다.
따라서 순수 간유리 음영이더라도 이미 침습성이 생긴 경우가 50% 이상이고, 고형 알갱이가 없어도 침습성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수술하여 폐암 씨앗을 없애는 게 좋다고 본다. 일부에서 갑상선암과 비교하면서 가만히 둬도 되는 것을 과도하게 수술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폐암은 갑상선암과 달리 사망률 1위 악성도가 높은 암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간유리 음영이 폐 가장자리에 있다면, 흉강경을 이용해 간단히 쐐기 절제술로 떼어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켜봐도 되지 싶을 순수 간유리 음영에 대한 판단은 엄격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적극 치료가 필요하다. 아울러 30갑년(하루 한 갑 30년 또는 하루 두 갑 15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54~74세는 정부 지원을 받아 저선량 폐 CT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폐암 조기 검진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