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은 스스로 황제가 되면서 근사한 초상화를 여럿 남겼다. 18세기 프랑스 왕실 화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는 1812년 ‘서재의 나폴레옹’<사진 위>이라는 작품을 그렸다. 그림 속 나폴레옹(1769~1821년)의 모습은 권력의 중심으로 환하게 비춰진다.

왼편의 시계는 새벽 4시13분을 가리키고, 오른편 양초는 짧게 타 들어가 있다. 그 시간까지 황제의 복장을 갖추고 일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화가 다비드는 화폭에 나폴레옹을 자유와 평등을 선사하는 정치인 이미지로 부각하려고 애쓴 듯하다. 그래서인지 나폴레옹은 20대 후반부터 탈모를 겪었는데. 그림 속 나폴레옹의 탈모는 마치 요즘 식으로 포토샵을 가미한 듯 살짝 가려져 있다. 권력과 탈모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 듯하다.

나폴레옹 초상을 추적하면, 처음에는 이마 양 끝이 위로 올라가는 M자형 탈모 형태로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C자형 탈모로 진행된다. 이는 전형적인 남성형 탈모증 패턴으로 나중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옆과 뒤 머리만 남는 U자형 탈모가 된다. 나폴레옹이 세상을 떠난 뒤 그려진 화가 폴 들라로슈의 ‘퐁텐블로의 나폴레옹’<사진 아래>에서는 권력의 중심과 거리가 먼 패배자 모습이 보이고. 탈모는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다. 권력과 머리숱은 운명을 같이 하는 모양이다.

성경 곳곳에서 대머리에 대해 언급이 나오고, 고대 이집트에서도 탈모 치료제가 쓰인 기록이 있다. 세계모발이식학회 회장을 지낸 황성주 피부과 전문의는 “대머리였던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공식 석상에서 항상 월계관을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원로원에 요청했다”며 “인간은 오래전부터 머리카락을 잃는 것은 자신의 고유함을 잃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폴레옹 사후 머리카락에서 비소가 검출된 것도 독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시 비소가 탈모 치료제로 쓰였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나폴레옹이 요즘 중년 남성이었다면, 뒷머리에서 머리카락 3000개를 떼어와 앞 이마에 옮겨 심는 모발 이식을 하고, 그것과 남아 있는 모발이 잘 유지되도록 탈모 유발 남성호르몬 성분을 차단하는 치료제 복용을 권했을 것”이라고 황성주 원장은 덧붙였다. 만약 그랬다면 나폴레옹의 역사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