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종종 영화 테마로 쓰인다. 다양한 군상의 치매 이야기는 바로 자신의 것으로 동화되기에 관심과 흥행 요소가 된다. 2015년 개봉된 ‘스틸 앨리스’(Still Alice)는 이른 나이에 치매가 온 여성의 스토리다. 네 아이 엄마이자 아내, 존경받는 언어학 교수로 행복한 날을 살아가던 주인공 앨리스는 어느 날 자신에게 알츠하이머 치매가 온 것을 알게 된다. 조발성(早發性) 치매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잊을 수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더 파더’(The Father)에서는 84세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나온다. 앤서니의 머리 속 생각과 실제 사건과 설정이 뒤죽박죽 얽혀 나가며 영화가 흘러간다.
앨리스와 앤서니, 조발성과 후기 발병 치매는 어떤 연유로 생기는 걸까. 유전자 취약성이 다르다. 조발성은 65세 이전에 생기며, 주로 프레세닐린과 전구단백질(APP) 유전자와 관련 있다. 영화에서도 유전자 검사를 해서 가족성 여부를 살펴본다.
후기 발병 치매는 아포지방단백E(APOE) 유전자와 관련 있다. 건강서적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를 펴낸 설재웅 을지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APOE 유전자 중 에타4 유형을 가진 사람은 85세를 기준으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길 확률이 40~60%에 이른다”며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이 유전자 검사를 해서 발병 위험을 유추해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매 유전자를 생활 습관 개선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설 교수는 “APOE 에타4 유전자 변이가 있어도 운동을 하고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으면 치매 예방 효과가 있고, 유전적으로 치매 걸릴 위험이 큰 사람이 건강 습관을 유지하면 치매 위험이 32% 낮아지는 것으로 연구된다”고 말했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인생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평생 열심히 걷고 달리면, 치매가 따라 올 수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