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66세 김모씨는 혈압약을 먹으면서 수축기 혈압이 130~140(mmHg)대로 유지되고 있다. 고혈압 진단 기준(수축기 140, 이완기 90) 이하로 떨어져 있다. 그는 장기 흡연자이고, 콜레스테롤과 혈당치가 높은 편이다. 이제 김씨는 수축기 혈압을 더 떨어뜨려 130 미만으로 가는 게 좋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진료지침 개정안을 내면서 고위험 고혈압 환자의 관리 목표를 강화하는 기준을 내놨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들은 대개 고혈압 진단 기준 이하면 혈압을 더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제 그 상태라도 고혈압약 추가 복용이나 싱겁게 먹기 등 강도 높은 생활 습관 개선을 하는 게 좋다.

◇고혈압, 충분히 떨어뜨려야

현재 한국인 고혈압 환자는 1207만명이다. 20세 이상 성인 열 명 중 셋이 고혈압이다. 자신에게 고혈압이 있다고 알고 있는 경우는 70%다. 950만명에게 고혈압약이 처방되고 있다(2021년 고혈압학회 조사 자료). 하지만 관리 목표 혈압으로 조절되고 있는 환자 비율은 절반(48%) 정도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고혈압을 충분히 떨어뜨려야 심혈관 질환 사망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랐다. 미국의 저명한 고혈압 전문가 모임 스프린트(SPRINT) 연구 그룹은 수축기 혈압 130이 넘는 50세 이상 성인 936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120 이하로 떨어진 세게 관리된 그룹이 고혈압이 되지 않는 선에서 느슨하게 관리된 그룹보다 약 70%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

고혈압을 오랜 기간 앓으면 심장 박동을 책임지는 좌심실 부담이 늘어나 좌심실이 커진다. 근육을 세게 쓰면 근육이 커지는 것과 같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 내과 연구팀이 한국인 고혈압 환자 1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130 미만, 이완기 혈압이 80 미만으로 관리된 그룹에서 좌심실 비대증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다.

◇혈압 관리 강화된 새 지침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번에 진료 지침 개정안을 내면서 고위험 고혈압 환자의 관리 목표 혈압 기준을 수축기 140 미만에서 130 미만으로 낮췄다. 다만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낮거나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의 경우는 기존과 동일하게 목표 혈압은 수축기 140, 이완기 90 미만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고지혈증, 흡연, 고령, 관상동맥 질환 가족력, 비만, 과도한 스트레스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인자가 3개 이상 또는 2개 이상이면서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목표 혈압을 130/80 미만으로 낮췄다. 소변에 단백뇨가 동반된 만성콩팥병과 작은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열공성 뇌경색이 합병된 고혈압의 경우도 130/80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장했다.

고혈압 진료 지침에 따르면, 아직 고혈압이 없는 일반인은 최소 2년마다 혈압을 측정하여 조기에 고혈압을 진단하도록 했다. 아울러 집이나 직장 등 진료실 밖에서도 혈압 측정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마음이 안정적인 상황인 집에서 잰 혈압은 표준 혈압인 진료실서 잰 혈압보다 5(mmHg)가 낮다고 했다.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서 아스피린 사용은 출혈 위험 등 부작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혈압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스피린 사용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아스피린 사용은 이득이 명확한 심혈관 질환, 혈관이 좁아진 동맥경화증 등 고위험군 환자에게만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낮은 고령 환자에게 아스피린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약물 치료의 지속성을 위해 가능한 한 하루 한 번 투약이 이뤄지고, 한 알에 여러 성분이 뭉친 단일제형 복합제 사용을 고려하도록 했다.

생활 습관 교정이나 체중 감소로도 혈압을 상당히 떨어뜨릴 수 있다. 체중을 10kg 줄이면 혈압은 5~20(mmHg) 떨어진다.

소금 섭취를 줄이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칼륨 성분이 풍부한 채소·과일 위주 식사를 하면 수축기 혈압이 최대 10~20까지 떨어진다. 절주하고, 금연하고, 명상을 즐겨도 수축기 혈압이 8~15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