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손이나 손목이 아프다고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너무나 많다. 하루 종일 컴퓨터 마우스를 잡아 돌리고, 스마트폰으로 카톡 치고, 각종 뚜껑을 열어젖히다 보니 손이 혹사된다. 손 수난(手難) 시대다. 손목과 손 부위를 삐거나 이 부위에 염증, 염좌가 생겨 진료실을 찾은 환자가 140만명이다. 손목 과사용에 따라 손이 저리고 통증을 느끼는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도 20만명에 이른다.

◇부위별로 다른 손 질환

나이 들어 손에 나타나는 대표적 질환인 퇴행성 골관절염은 관절의 연골 마모와 염증으로 생긴다. 여자가 남자보다 약 3.5배 많다. 주로 손가락 끝마디 관절과 엄지손가락 기저부 관절에 통증이 나타난다. 자고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뻣뻣한 증상이 있는데,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금방 뻣뻣함이 풀리는 것이 특징이다. 엄지손가락 시작 관절에 골관절염이 생기면 열쇠를 쥐고 돌리는 동작이 힘들어진다.

관절을 움직이기 위해 사용하는 힘줄(건) 주변에 발생하는 염증을 건초염이라고 한다. 손에 생기는 것은 대부분 협착성 건초염이다. 힘줄이 지나가는 터널에서 힘줄의 반복적 마찰에 의해 염증이 생기고 그것으로 인해 힘줄 터널이 좁아지면서 힘줄이 압박받아 생긴다.

대표적인 건초염이 드케르뱅이라는 병이다. 엄지손가락을 들고 벌리는 힘줄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엄지손가락 쪽 손목에 통증과 부종이 생겨 물컵이나 찻잔을 들 때도 아프다.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들로 감아 쥔 다음, 손목을 새끼 손가락 쪽으로 움직였을 때 통증이 유발되는지를 보면,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건초염으로 방아쇠 수지도 있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역할을 하는 힘줄이 지나가는 터널 입구에 염증과 협착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다. 손바닥을 가로로 지나가는 손금 부위를 누르면서 손가락을 구부리면, 걸리는 느낌이 있으면서 아프다. 심해지면 손가락이 잘 구부러지지 않게 되고 구부러지면 잘 펴지지 않게 된다. 이때 힘주어 펴게 되면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손가락이 튀면서 펴져서 방아쇠 수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손 저림의 주된 원인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 가운데로 가는 정중신경이 손목터널에서 눌려 생긴다. 주로 엄지손가락과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 쪽이 저리고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팔꿈치터널증후군도 있는데, 이는 팔꿈치 터널에서 새끼손가락 쪽으로 가는 척골신경이 압박을 받아 생긴다. 새끼손가락 쪽이 저리고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손·손목 골절이나 인대손상으로 오는 삼각섬 유연골복합체 손상도 흔하다. 손목을 삐끗하거나 넘어지면서 손을 짚은 다음 발생한다. 손목으로 체중을 지탱하거나 손목을 비틀 때 새끼손가락 쪽 손목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나이 들수록 손 관리 철저히

손에 생기는 질환 발생을 줄이고, 손 기능을 나이 들어도 잘 유지하려면, 평소에 손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인대가 유연하게 움직인다. 손을 사용할 때는 가급적 힘을 많이 주지 말자. 컴퓨터 자판을 칠 때도 너무 힘을 주어 두드리지 않는 게 좋다. 물건을 쥐거나 들 때에도 과도한 힘이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시간 일을 할 때에는 30분에서 1시간에 한 번은 5분 내외로 손을 쉬게 해줘야 한다. 손을 쓸 때 손목은 일자로 펴고 팔꿈치는 가급적 펴는 게 좋다. 컴퓨터 사용으로 손목이 아프면 인체공학적으로 개발된 자판이나 마우스로 교체하길 권장한다. 엄지손가락 기저 관절에 관절염이 있으면 이를 감싸는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하면 소염진통제나 관절 연골 손상을 억제하는 약물을 쓸 수도 있다. 건초염의 경우, 힘줄 주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 염증을 낮출 수 있다. 손가락 관절염이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 마디에 인공 관절을 넣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손과 팔 질환을 전공하는 수부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손은 얼굴 다음으로 중요한 몸의 사회적 부분(social part of the body)이라고 한다. 그만큼 손이 중요하다. 손 관리 잘해서 섬섬옥수 우아한 삶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