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0대 남성이 등굣길의 12살 초등학교 여학생을 데려가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뉴스를 탔다. 상상도 하기 싫은 해괴망측한 일이 현실서 벌어졌다. 범인은 과거에도 동일 범죄를 저지른 바 있으며,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신경과 전문의들은 부적절한 성적 행동이 치매 증상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나해리 보바스기념병원 원장은 “치매가 진행되면서 대개 성적 행동이나 성욕이 감소하지만, 반대로 드물게는 부적절한 성적 표현이나 행동이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며 “환자의 5~7%에서 보고되고 남성에서 더 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공장소서 자위를 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고, 이성을 끌어안으려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원인은 치매로 성적 욕구를 관여하는 신경 경로가 파괴됐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성적 태도는 후천적으로 배우고 훈련된 기능인데, 치매로 이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한다. 나 원장은 “성욕을 조절하는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해 통제 능력이 떨어진 결과”라며 “성범죄를 심신취약 행동으로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질병 증상으로 판단된다면 치료를 통해 이상 행동을 차단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의 과도한 성적 행동은 보호자와 간병인을 매우 당황스럽게 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들게 만든다. 대다수 보호자들은 이를 수치스럽게 여겨서 숨기는 경우도 많다. 부적절한 성적 행동이 나오면 환자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벗기 힘든 옷을 입혀야 한다.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를 동성으로 하는 게 좋다. 증상이 지속적이거나 악화되면 약물 치료도 필요하다.
조성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성욕 감퇴를 유도하거나 다른 약물을 복합 투여하거나 주사제로 화학적 거세를 유도할 수 있다”며 “과도한 성적 행동에 놀라서 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는 것이 환자와 주변인에게 이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