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예술인 초대특별전 2022 홈페이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는 발달장애 화가 작품이 걸려 있다. 작가 김현우의 ‘퍼시 잭슨 수학 드로잉’ 그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화제가 됐다.

집무실 책상에는 발달장애인 강예진 작가의 ‘엄마 좋아’도 놓여있다. 그림 속에서 엄마 말과 아기 말이 입을 맞대는 듯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엄마와 끈끈한 교감으로 아기가 예쁘게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으로 화려하고 다양한 타일 무늬 패턴이 빼곡히 채워졌는데, 무한한 창조력과 율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미술 평론가들은 말한다.

발달장애는 그 나이에 맞는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자폐증이라 불렀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뇌성마비가 대표적이다. 미술은 발달장애 진단 도구이자 치유 수단이다. 발달장애 화가도 많아, 이들로 구성한 특별 초대전이 열린다. 나폴레옹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스위스 자폐증 화가 고트 플리트 민트는 고양이를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자폐 화가가 그린 그림에는 뛰어난 재주와 약점이 교차하는 특징이 있다. 자폐 아이 그림은 감정과 기억을 형상으로 표현하는 재주가 돋보인다. 반면 공간 구성이 다소 변칙적이거나, 과대 과소 표현이 일어난다. 다빈치, 고흐, 워홀 등의 작품에서도 그런 장단점이 보인다고 지적하는 평론가도 있다.

이들은 한정된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심이 뛰어나서, 자동차, 시계 등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끈기 있게 그린다. 상대적으로 인물 그림은 드물다. 같은 문양이 여럿 겹치는 콜라주 그림도 많다.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 김선현(원주의대 디지털치료임상센터장) 회장은 “발달장애 아이들은 말로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림으로 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잘한다”며 “미술은 의식 집중을 유도하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오락성이 있기에 발달장애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모든 능력을 골고루 갖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각기 다른 울퉁불퉁한 발달로 세상 요철에 맞춰 살아가면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