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이 건강 관리를 위해 흔히 즐기는 것이 걷기. 언제 어디서건 별도 장비나 복장을 갖추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하루 최소 만보를 걸으려고 애쓰는 이도 많다. 그럼 걷기만 하면, 노년까지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가 답이다.
◇일반 걷기는 노쇠 막는 데 부족
일본에서 그 답이 나왔다. 걷는 노인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아이치현 주민을 대상으로 이뤄진 걷기 연구에 따르면, 6년 동안 걷기를 열심히 했는데, 쥐는 힘 악력이 11% 줄었다. 악력은 전체 근육량을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지표로, 걷기가 노화로 인한 근육 감소를 막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로 심폐 기능도 12% 줄었다.
1997년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에서 장년층을 위한 건강 스포츠 사업 일환으로 ‘1일 1만보 걷기’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그러나 1년 후 1일 1만보를 계속할 수 있었던 사람은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근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체력 향상도 적었다.
보행 속도와 지구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허벅지 근육을 키워야 하지만, 걷기로만은 근력 증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 별도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허벅지 근력을 키우자 1일 1만보 걷는 장년층이 80%로 올라갔다. 그러나 문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려면 별도의 장비와 공간, 코치가 필요하기에 접근성과 지속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시간 간격을 두고 천천히 걷기와 빨리 걷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속보(速步, interval walking) 건강법이다. 근력 운동과 걷기를 동시에, 어디서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일본서 인기 있는 건강 관리법으로 자리 잡았다.
◇빨리 걷기 교대하여 근육 키워
인터벌 속보의 핵심은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를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 수행하는 것이다. 일본 장수과학진흥재단은 3분간 천천히 걷다가, 3분간 빨리 걷는 것을 반복하길 권한다. 빨리 걷기 정도는 자신의 체력에서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를 말한다. 보통 자기가 최대로 빨리 걷을 수 있는 속보의 70%를 기준으로 한다.
3분씩 천천히 걷기와 빨리 걷기를 한 세트로 해서, 하루 5세트 이상을 권한다. 그러면 최소 30분 이상 걷게 된다. 이를 일주일에 4번 이상 권장한다. 3분 간격은 스마트폰 알람으로 설정하거나, 3분 동안 자신의 걸음 수를 재어서, 걸음 수로 3분을 파악할 수 있다.
장수과학진흥재단 분석으로, 인터벌 속보를 충실히 수행하면, 전체 근력은 10%, 지구력은 20% 향상된다. 체력이 떨어진 사람이 인터벌 걷기를 하면 고혈압, 고혈당 등 건강 지표가 20% 개선됐다. 우울증도 좋아지고, 밤에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 빨라졌다. 경도인지장애가 있을 경우, 인지 기능이 34% 개선됐다. 요추와 대퇴골의 골밀도도 높아졌다. 엉덩이 관절에 인공 관절을 넣은 환자에게 인터벌 속보를 12주간 시켰더니, 하지 근력, 최고 산소 섭취량이 크게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걸을 때는 시선을 전방 25m 정도에 두어, 목선이 다소 비스듬히 앞으로 숙여지도록 한다. 가슴과 등은 쭉 편다. 팔꿈치 각도를 90도로 만들고, 팔꿈치를 뒤로 당기는 느낌으로 활기차게 뻗으며 걷는 게, 보행 속도를 올리는 데 효율적이다. 보폭을 늘릴수록 빨리 걷을 수 있고 허벅지 근육도 강화된다. 걸을 때는 발 뒤꿈치를 먼저 지면에 대고, 발바닥을 둥글게 굴린 다음, 발가락으로 지면을 차고 나가야 한다. 신발은 바닥이 부드럽고, 구부리기 쉬우며, 발 뒤꿈치에 약간의 쿠션이 있는 게 좋다.
부상 방지를 위해 걷기 시작 전후에 하체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대개 오후 3시부터 6시 경에는 근육이 가장 부드러워 운동 부상이 적다. 심장병이나 폐질환이 있거나, 뇌졸중,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인터벌 속보를 해도 될지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