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유방암으로 잃은 40대 후반 여성 이모씨는 매일 한 시간씩 걷는다. 채소를 많이 먹고, 기름진 고기 음식은 피한다. 최근에는 우유도 마신다. 유방암 발생 위험을 줄인다는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는 유방암 발병 위험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몸 관리나 조기 검진 대처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 교수팀은 국내서 처음으로 유방암 발생 위험 예측 모델을 개발해 제시했다.
◇유방암 발생 위험 100만명
국내 여성 암 발생 1위다. 한 해 약 2만5000명의 신규 유방암 환자가 나온다. 병원을 찾는 누적 환자는 26만명에 이른다. 위아래 직계가족 여성만 쳐도 유방암 발생 위험 그룹은 최소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유방암 최대 호발 나이는 50대 초반이다. 폐경 전후 시기에 많다. 국내 유방암 발생 패턴은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는데, 이를 감안하면 국내 유방암 발생은 앞으로 두 배 더 늘어나며, 호발 연령대도 50대 중반, 후반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초경이 이를수록, 폐경이 늦을수록, 임신이나 모유 수유한 경험이 적을수록 높아진다.
생활 습관도 영향을 미쳐, 우유를 매일 1잔 이상 마시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최대 42% 감소한다. 흰쌀밥을 많이 먹고 잡곡밥을 적게 먹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위험이 35%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한국형 유방암 예측 모델
강대희 교수팀과 서울의대 암연구소 연구팀은 유방암 발생 위험 관여 요인 19가지를 제시하고,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그래픽 참조>. 연구팀은 도시 기반 유방암 환자 구축 코호트(집단 종속 연구)를 통해 취합된 한국인 유방암 환자 9만여 명 데이터를 분석하여 예측 모델을 짰다.
강 교수는 “기존 유방암 위험도 계산식은 서양인 대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았다”며 “한국형은 질병이 발생되기 이전의 식이나 운동, 생활 습관 정보를 수집한 후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해 유방암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서 나온 예측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채소와 과일 섭취가 많을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은 낮다. 그 속에 풍부한 섬유질과 항산화 물질이 활성 산소를 억제하여 항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신우경 서울의대 예방의학 연구교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들어있는 과일, 채소를 많이 먹으면, 핏속에 이들 물질 농도가 높아지고, 이들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먼저 결합한다”며 “이를 통해 실제 활동하는 에스트로겐 농도가 낮아져 유방암을 줄인다”고 말했다.
콩 제품을 많이 먹어도 에스트로겐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잡곡밥 속 식이섬유는 발암 물질 흡수를 줄이고, 에스트로겐 배설을 증가시켜 유방암 위험을 낮춘다. 통곡물 속 비타민 E와 식물성 에스트로겐 리그난은 유방암 증식을 억제한다. 우유 속 칼슘과 비타민 D도 유방암 발생 위험을 줄인다. 반면 알코올은 에스트로겐 농도를 증가시키고, 엽산 흡수를 감소시켜 세포 DNA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지방세포에서 여성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비만한 여성은 발생 위험이 높다. 젊을 때부터 체지방이 많으면, 에스트로겐이 과도하게 나올 수 있다. 운동은 지방을 줄이고 여성 호르몬이 암세포를 자극하는 것도 방해하여 암 발생을 줄인다.
당뇨병이 있으면 에스트로겐이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특수 단백질 생성량이 줄어들어 유방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고혈압은 세포 사멸 활성화를 변화시켜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키가 큰 사람의 장기는 세포 증식이 더 활발해 돌연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강대희 교수는 “엄마, 이모, 외할머니, 언니, 여동생 등 모계 직계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데, 위험 요인별로 가중치를 반영하여 개인별 맞춤 예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