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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 그는 당시를 사는 사람들의 소외와 고립을 그림에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호퍼의 그림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황량한 식당, 기차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는 모습, 아파트 베란다에서 홀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성 등이 등장한다.

그의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도 고립이 묻어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그린 이 그림은 세 손님과 조리사가 스탠딩 테이블을 두고 마주하고 있다. 한산한 심야 레스토랑 모습으로, 4명 모두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식당의 큰 유리창을 통해 그 장면이 훤히 보이고, 식당 내부 조명은 으스스한 거리를 비춘다. 이는 마치 우리가 겪은 사회적 거리 두기 심각 단계를 연상시킨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맞아, 호퍼의 그림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사회적 고립과 단절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를 2년간 겪으면서, 우울증, 불안 장애 환자가 크게 늘었다.

한창수 고려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데, 오롯이 혼자 있으면서 학습하고 능력을 키우거나 명상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이고,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선택하지 않은 외로움을 유도한다”며 “의학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알코올중독이 몸에 미치는 수준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외로움은 또한 신체 증상을 악화시키고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서 여기저기 아프다는 사람이 최근 많아졌다”고 한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인간 사이 관계에서 유대감과 행복을 주는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은 서로 눈을 맞추고 몸을 부대낄 때 크게 작동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활동도 필요하지만, 거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친구들이나 동호인들과 직접 만나 교류하는 것이 고립에 따른 건강 피해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빛과 그림자를 절묘하게 섞어 단절과 고립을 시각화한 호퍼 그림, “고독은 즐기되, 외로움은 피하라”는 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