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냄새만 맡아도 알레르기가 생기는 아이들이 있다. 음식 알레르기는 5세 이하 어린이의 3~7%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유발음식(알레르겐)으로는 우유, 달걀, 땅콩, 밀가루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알레르겐을 면역 시스템이 미성숙한 영아기에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시키면, 되레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최근 이와 관련된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가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됐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시행된 연구는 신생아 2397명을 4군으로 나누어, 첫 번째 군은 대조군처럼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고, 두 번째 군에는 피부 완화제를 주 4회 이상 발라서 피부로 알레르겐이 전달되지 못하게 했고, 세 번째 군에는 땅콩, 우유, 밀가루, 달걀을 갈아서 생후 3개월부터 매일 음식 보조제로 먹게 했고, 네 번째 군에는 피부 완화제도 바르고 알레르겐도 먹게 했다.
생후 3세 때에 음식 알레르기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대조군에서는 2.3%에서 알레르기가 발생했다. 피부 연고를 바른 군에선 3.0%, 알레르겐을 먹인 군에서는 0.9%, 피부 완화제와 알레르겐 투여를 모두 한 군에서는 1.2%에서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알레르겐을 영아 초기부터 먹인 경우에 알레르기 발생을 60% 예방할 수 있었다.
면역 물질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투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면역반응을 보인다. 음식으로 섭취하면, 면역관용이란 현상을 통해 투여된 물질에 대해 면역억제를 유발한다. 이번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원리다. 아이들에게 음식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생후 3개월부터 해당 음식들을 조심스럽게 먹여보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