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주 자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 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중난대학 연구팀은 최근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발간 저널인 ‘고혈압’(Hypertension)을 통해 습관적인 낮잠과 고혈압 및 뇌졸중 발병의 상관관계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이용해 11년간 추적한 36만8000명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나왔다. 참가자는 연령대는 40세부터 69세이며 모두 고혈압 병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종종 잔다’(A) ‘가끔 잔다’(B) ‘거의 자지 않는다’(C)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혈액·소변·타액 샘플을 살펴봤다.
그 결과 A그룹 사람들은 C그룹 사람들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12% 높았다. 특히 60세 미만인 경우 이 수치는 20%까지 올라갔다. 또 낮잠 자는 빈도가 올라갈수록 고혈압 위험이 40%까지 증가했다. 뇌졸중 발병률 역시 A그룹이 C그룹보다 24% 높게 나왔다. 당뇨병이나 고 콜레스테롤혈증을 앓는 고혈압 고위험군을 배제한 후에도 결과는 같았다.
연구팀은 낮잠을 자 밤 수면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전체 수면 시간이 감소하면서 고혈압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는데,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1.6배(65세 미만)에서 1.9배(65세 이상) 높았다.
또 미국 수면전문가 마이클 그랜드너 박사는 “낮잠을 잔다는 건 밤중 수면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고 이는 곧 좋지 않은 건강 상태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그룹에 속하는 참가자 대부분은 흡연과 음주를 즐기거나 코골이 습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케크 의과대학 임상의학과 라지 다스굽타 부교수는 “낮잠은 근본적 수면 장애의 경고 신호라고 본다”며 “수면 장애는 스트레스와 체중 조절 호르몬 증가와 관련돼 있고 이는 고혈압이나 비만, 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만성적 불면증이 있다면 낮잠을 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낮잠의 정의를 분명히 제시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됐다”며 “잠이 부족할 때 정오에서 오후 2시 사이 15~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건 오히려 좋다”고 지적했다. CNN 역시 해당 연구가 낮잠 지속 시간을 제외한 빈도만을 수집했으며, 낮잠에 대한 참가자 본인의 자체 보고에만 의존했다는 한계를 지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