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때문에 3㎏ 빠졌어요”
방송인 홍현희의 남편인 제이쓴이 부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다. 임신한 아내의 얘기가 아니었다. 자신이 겪은 ‘입덧’ 경험담이었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이 입덧을 겪는 ‘쿠바드 증후군’을 겪은 것이다.
‘쿠바드 증후군’을 겪은 남자 연예인은 제이쓴 뿐만이 아니었다. 배우 봉태규, 방송인 정형돈 등도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정형돈은 지난 3일 방송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쿠바드 증후군’이 문제로 나오자 “(아내) 출산 일주일 전에 자다가 아내 목을 조른 적이 있다. 너무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문제를 출제한 PD가 쿠바드 증후군에 대해 “아내의 임신으로 인해 남편도 함께 심리적으로 긴장하거나 불안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데 감정이 풍부한 남편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며 “간혹 출산 때 아내의 진통을 같이 느끼는 남편도 있다고 한다”고 설명하자 이 같은 경험담을 털어놓은 것이다.
정형돈은 “쌍둥이고 한 아이가 역산이었다. 굉장히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꿈속에서 (아내가) 앞으로 넘어지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잡았는데, 현실에서는 와이프 목을 조르고 있었다”고 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봉태규도 쿠바드 증후군을 겪었다고 말했다. 봉태규는 아내의 임신 당시를 떠올리며 “나도 긴장을 엄청 하는데, (아내가) 검사 받을 때 (의사가) 속 시원한 느낌으로 말을 안 해주더라. 메스껍고 긴장이 되고 예민해져서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잤다”고 했다.
예비아빠의 30%가 겪는다는 쿠바드 증후군은 지금까지 ‘남편의 입덧’ 정도로만 알려졌다. ‘동정 임신’ 또는 ‘환상 임신’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후군은 남편이 입덧 뿐 아니라 요통, 체중 증가, 메스꺼움 같은 육체적·심리적 증상을 아내와 똑같이 겪는 현상을 말한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거나 아내 분만 시 진통까지 함께 느끼는 경우도 있다.
‘쿠바드’라는 말은 ‘알을 낳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Couver’에서 유래한 것으로,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트리도우언이 사용하면서 대중화됐다. 2007년 아서 브레넌 영국 런던 세인트 조지스대 교수 연구팀이 임신한 아내를 둔 남성 28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쿠바드 증후군을 입증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쿠바드 증후군은 임신 3개월에 가장 심하다가 점차 약해지며, 임신 말기가 됐을 때 다시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이가 생긴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과 남편의 호르몬 변화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쿠바드 증후군을 겪는 남성들은 젖샘을 자극하는 프로락틴의 수치가 높아지고, 성욕을 자극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