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코로나 생활 2년 반.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이 누적되면서 고령자들의 사회적 인지 자극도 알게 모르게 점점 줄었다.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자체들이 운영해 온 치매 예방 프로그램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어울림이 이뤄져야 할 경로당과 노인복지센터도 중단되기 일쑤였다. 그로 인한 우울감과 외로움 역시 치매를 키운다. 그간 치매안심센터도 축소 운영됐다. 치매 조기 진단과 초기 상태 점검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는 국제적인 현상으로 영국에 본부를 둔 알츠하이머 치매 인터내셔설(ADI)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치매 조기 진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ADI는 최근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경고 10가지 신호를 만들어 배포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뚜렷한 원인 없이 인지 기능과 기억 능력 감소로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를 말한다. 전체 치매의 약 60%를 차지한다. 뇌혈류 감소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 등에도 알츠하이머 치매가 섞여 있다.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56만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3.5배 늘었다.
◇잘하던 일 못 하면 치매 의심
가끔 아는 사람의 이름이나 약속을 잊을 수 있다. 잊었다가 기억을 되살리거나, 그런 게 있었다고 알려줬을 때 실수를 깨달으면 치매 상태는 아니다. 치매 징조가 있는 사람은 잊어버리는 빈도가 잦고 반복된다. 특히 최근에 잡은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잊고 지낸다.
식사 준비를 하거나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 방법이 생각 안 나 당황한다면 치매 경고로 봐야 한다. 너무 바쁘거나 주위가 산만하다고 해서 일상생활 방법을 까먹진 않는다. 평소에 잘 쓰던 단어를 잊어버리거나 대화에 맞지 않는 용어를 쓴다면 치매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정확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저 뭐냐?” “거시기~” 등의 막연한 대체 표현을 쓰는 것은 고령자에게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와 같은 간단한 단어를 잊어버리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뜬금없는 단어를 쓴다면 치매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처음 가는 행선지에서 길을 못 찾고 방황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매일 다니던 길에서 헤매고 길을 잃었다면 치매 시작 징조다. 좀 전에 달력을 보고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잊어버렸거나, 안방 침실로 들어간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치매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면 의심
통상적인 판단력 저하도 치매 징후다. 날씨가 더운데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가려 한다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병원 가는 일을 취소하는 식이다.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숫자와 기호 의미를 이해하는 추상적 사고가 힘들어 진다. 공간적 구성 능력도 떨어져 평소에 물건을 놓는 자리가 아닌 곳에 물건을 놓는 경우가 생긴다. 지갑이나 핸드폰, 집 안 키를 일시적으로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고 헤맬 수는 있지만, 냉장고에 다리미를 넣거나, 설탕 놓는 통에 손목시계를 풀어 놓는 것처럼, 물건을 부적절한 장소에 둔다면 치매 징조로 볼 수 있다.
당신이 알던 그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치매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게 좋다. 평소 이성적으로 활동하던 어르신이 특별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다. 나이가 듦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변할 수는 있지만,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가 자주 불같이 화를 내거나, 매사에 열심이던 사람이 만사를 귀찮아하면 치매 경고로 볼 수 있다. 담대한 성향의 사람이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사소한 것을 두려워해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수록 집안 행사나 사회적 의무 활동에 다소 지치는 것은 정상이다. 그래도 대부분 자기 스스로 참여 여부를 주도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은 매우 수동적으로 변하고, 의무 활동에 무관심해질 수 있다.
박건우 고려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징조 핵심은 평소에 익숙하게 잘하던 것들을 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그런 걸 못 할 사람이 아니라고 지적했을 때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면, 치매 징후로 의심하고 자연스레 인지기능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