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꾸는 잦은 악몽이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켜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의대 신경과 연구진은 35~64세의 중·장년층 605명, 79세 이상의 고령층 2600명을 대상으로 악몽을 꾸는 빈도와 향후 치매 발병 여부를 조사했다. 중·장년층은 평균 9년, 고령층은 평균 5년간 추적 관찰했으며, 이들 모두는 연구가 시작될 당시 인지기능이 정상인 상태였다.
연구진은 통계 프로그램을 통해 악몽 빈도가 높은 참가자의 인지기능 저하 여부와 치매 진단 가능성을 파악했다. 그 결과 매주 최소 한 번 이상 악몽을 꾼 중·장년층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기억력 및 인지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도 마찬가지였다. 매주 악몽을 꾼 79세 이상의 노인은 어쩌다 한 번 꾸는 노인보다 치매 위험이 2배 더 높았다. 특히 이 연령층 남성의 경우 위험도는 5배 이상까지 올라갔다.
연구진은 아직 치매 위험을 조기 식별할 수 있는 지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꿈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년에 꾸는 악몽이 건강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 전에도 있었다. 같은 버밍엄대 인간 뇌 건강 센터 연구진이 67세 이상 노인 3818명을 최장 12년간 추적 조사한 자료를 분석한 끝에 발표한 것으로,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약 2배 높다는 내용이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참가자 대부분은 연구 시작 5년 이내에 증상이 발생했다. 잦은 악몽이 파킨슨병 진행을 알리는 전조 증상일 수 있음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당시 연구진은 “파킨슨병 초기 단계에서 수면 중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는 뇌 부위의 퇴행이 시작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한편 이번 치매 관련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의 자매지인 ‘e임상의학’(eClinicalMedicine)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