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0세 전후 걸음걸이를 보면 80대 건강이 보인다고 장수의학자들은 말한다. 보행 능력이 전신 건강 척도이기 때문에 걸음으로 노년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나이 들면 몸이 변하듯, 걸음도 서서히 바뀐다. 걷기 변화 징조를 보면 노화 정도를 알 수 있고, 근육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늙어가는 이의 보행 특징

걷는 속도가 준다. 일반 성인은 1초당 1.3~1.5m를 걷는데, 속도가 점차 줄어 1초당 1m 이하로 떨어지면 허약 상태로 본다. 1초당 0.5m 정도로 떨어지면 낙상 위험이 커진다. 나이 들면 젊은이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말은 사회학적인 의미에 앞서 걸음이 느려져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을 막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폭은 줄고 점점 팔자걸음이 돼 간다. 허벅지 안쪽 근육 약화로 발 앞꿈치가 밖으로 돌아가고 발 사이가 벌어진다.


그래픽=백형선

걸을 때 발끝을 드는 높이도 낮아진다. 발이 뭔가에 걸려 넘어지기 쉽다. 뒤꿈치를 뒤로 쳐드는 높이도 낮아져 바닥을 문지르듯 걷는 것처럼 보인다. 발로 힘차게 차서 내딛는 동작이 약해져 몸통의 위아래 움직임이 줄어든다. 대신 좌우로 흔들면서 걷기 시작한다. 그러면 밸런스가 나빠져 낙상 위험이 커진다.

최대로 걸을 수 있는 시간도 점차 줄어드는데, 이는 전신 체력과 척추 상태, 심장과 폐 질환 여부와도 연관 있다. 점차 허리가 숙여지고 몸통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걷게 되는데, 이는 척추 골다공증과 관련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의자에서 일어나 왕복 6m를 걷고 다시 의자에 앉기까지 10초 이상 걸리는 노인은 신체나 뇌, 시각, 청각, 언어, 정신 등에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66세 노인 8만1473명을 대상으로 평균 4.1년에 걸쳐 비교한 결과다. 보행 속도가 느려지면 치매, 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 커진다.

◇걸음 관리해야 전신 건강 좋아져

보행 기능을 향상하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평소보다 보폭을 10㎝ 넓게 딛는 것이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을 역임한 김헌경 박사는 “보폭이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보행 속도가 올라가고 다리가 받는 압력이 증가한다”며 “다리 근육들도 더 활성화되므로 하체 근력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오랜 시간 편하게 걸을 수 있게 자세를 취해왔기 때문에 금세 걸음걸이를 되돌리기가 쉽지는 않다”며 “보폭을 갑자기 늘려 걸으면 피로할 수 있기에 보폭을 넓게 걷다가 평소대로 걷다가, 다시 넓게 걷는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걷는 것도 좋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김 박사 연구에 따르면, 보행 기능이 떨어진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1회 1시간, 1주일에 2회, 3개월간 보행기능과 관련이 많은 대퇴사두근, 하퇴삼두근, 장요근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을 실시했더니, 3개월 후 보행 속도가 빨라지고 보폭이 6㎝ 넓어졌다. 보행 능력은 나이 들어도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장수과학진흥재단이 권하는 올바른 걷기 자세는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고, 팔꿈치는 가볍게 구부리고 뒤로 힘차게 당기며, 배에 힘을 주고, 발 뒤꿈치가 먼저 땅을 밟고 발바닥을 굴려서 발가락 전체에 힘을 주고 치고 나가는 걸음이다.

손기영 교수는 “허벅지 앞 대퇴사두근 강화에 도움이 되는 스쿼트, 런지 등의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보행 능력이 좋아져 전신 건강도 증진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