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스파이크란 인기연예인의 마약 스캔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그를 잘 모르지만 TV 예능프로 등에서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눈에 확 띄는 특이한 외모, 나름 재미있는 논리와 언변, 작곡·가수, 방송 등 다양한 활동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 유흥업소 종사자들과 어울려 호텔방을 전전하면서 지속적으로 마약을 했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천하에 얼굴이 다 알려진 인기연예인의 그런 행동이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어떤 형태로든 발각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사건 이후 그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니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다녔으며, 음악 뿐 아니라 요식업 사업으로도 성공한 CEO였다. 지난 6월에 결혼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신혼생활 중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단순한 쾌락 추구? 아니면 삶의 공허, 허무, 불안이나 욕망의 좌절 등 보다 오래된 내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까?
#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골칫거리에서부터 불행과 좌절, 재난 등 수많은 ‘스트레스’와 마주치게 된다. 이를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유형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정면대결형이다. 배고프면 먹고, 감정은 푸는 것이 인간의 정상적 생리작용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문제다. 욕망이든 문제든 항상 신속히 해소돼야 하며 이게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소한 일에도 ‘벌컥’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심리적으로 전투태세가 돼 늘 긴장하고 공포·불안·격노 등의 감정을 갖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벌떡거리며, 근육이 딱딱해진다. 대인관계도 좋기 어렵다. 내면적으로 늘 “왜 이렇게 일이 안풀리지?”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거야” 등등 내탓·남탓을 한다.
둘째는 억압형이다. 정면대결형과 정반대로 감정이나 욕망을 억누른다. 화가 나도,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스트레스를 받아도 “난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 “인생은 아름다워”라며 감정을 숨기고 행동한다. 심리적 압축밸브를 꽁꽁 막아놓는 것이다.
주변으로부터 “착한 사람”, “일 잘하는 사람”, “예스맨”이란 평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유 없는 분노, 적개심, 불편함이 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어쩌다 엉뚱할 때 터져 나와 난감할 때도 있다.
성적 욕망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억압하면 어떤 쪽이든 분출하게 된다. 몇 년전 검찰 고위간부가 ‘바바리맨’ 행각을 벌이다 사건화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평소 그는 조신하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결국 일상 욕망의 지나친 억압이 그런 변태적 행동으로 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세번째는 회피형. 외형상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불건강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회피’한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술·담배·커피·설탕·음식 등 기호식품에 대한 과도한 탐닉이나 진통제·수면제·신경안정제 등 약물 남용이다. 취미생활에 지나치게 빠지거나 일중독(workaholism), 나아가 성적일탈·도박·마약중독도 있다.
이는 즉각적 만족이나 증상 완화를 제공할지는 모르지만 불편함 뒤에 숨어있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방치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유형의 인물중에는 조직사회에서 ‘성격 좋은 호인형’으로 불리고 인기 높은 사람들이 많다.
네 번째 자포자기형. 스트레스가 만성화되고 누적돼 마침내 심리나 건강이 무너져 내리는 상태다.
늘 ‘정면대결형’으로 살다보면 결국 자신과 타인, 주변 환경에 대해 매사 부정적 태도를 보여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게 된다. 반면 ‘억압형’은 무엇을 해도 기쁨이 없고 자신의 진정한 감정도 모른 채 ‘학습화된 무력감’속에서 살게 된다.
‘회피형’은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조차 피하다보니 어느새 속마음 깊숙이 “난 할 수 없어”, “구제불능이야”, “형편없어”란 생각이 자리잡게 된다. 아마도 마약을 처음에는 회피수단으로 사용했다가 지금은 마약에게 끌려다니는 신세가 된 돈 스파이크가 이런 상황이 아닐까.
대개 이런 상태에 이르면 만성적 우울이나 분노·불안 상태, 심리적 자원의 고갈 속에서 신체 호르몬계는 오작동하고 에너지는 소진돼 중병, 자살, 돌연사 등 극단적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대처할까.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성격, 운명이 백인백색(百人百色)이기 때문이 정답은 없다.
다만 신체가 질병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하려면 평소 체력이 튼튼해야 하듯, 마음이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하려면 마음의 힘, 즉 심력(心力)이 튼튼해야 한다.
심리적-생리적 안녕을 가져다 주는 마음의 힘은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자기효능감), ▲한 존엄한 인간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견해(자존감), ▲변화에 대한 유연한 사고, ▲종교적·도덕적·철학적 신념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사랑 등일 것이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규칙적인 운동▲명상▲적절한 수면▲친밀한 인간관계 등이 꼽히고 있다. 마치 은행계좌에 저축하는 것처럼 평소 자신의 심리적-생리적 은행 계좌에 ‘마음의 힘’을 적립해 놓았다가 유사시 꺼내 사용하는 것이다.
역사학자 토인비가 ‘인류문명의 발달사를 ‘도전과 응전’의 법칙으로 바라보듯,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이자 ‘도전’으로 보고 ‘응전’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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