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이 약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층 자살률은 10만명당 46.6명으로 전체 자살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인 인구 증가로 치매 환자도 늘고 있는데, 미국의사학회지 신경과 편에 치매와 자살 간의 관계를 대규모로 조사한 연구가 발표됐다.
15세 이상 영국인 59만4674명을 대상으로 최근 20년 동안 영국 통계청 자료 및 병원 내 의료기록을 이용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자살 환자 그룹에 대해 40배의 대조군을 만들어 자살 위험도를 비교했다. 조사 결과, 치매 진단을 받은 4940명 중에서는 95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치매가 없는 일반인 59만4674명 중에서는 1만4515명이 자살했다. 전체적으로는 치매가 있다고 해서 일반인에 비해 자살 위험도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65세 이전에 치매 진단을 받으면, 자살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2.8배 높았다. 나이 관련 없이 치매 진단을 받은 후 3개월 이내 자살률은 2.5배 높았다. 종합적으로 65세 이전에 치매 진단을 받고 3개월 내에 자살할 위험은 치매가 없는 사람보다 6.7배나 높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치매 진단을 받으면, 진단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앞으로 살아가며 치매가 점점 진행될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른 나이부터 가족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죄책감도 크기에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단 후 최소 3~4개월 동안은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고, 이상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