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웨인이 그린 고양이. 만화 같은 기법으로 고양이를 사람 표정으로 묘사했다. /영국베들렘뮤지엄마인드소장

평생 고양이만 그려서 유명한 영국의 루이스 웨인(1860~1939년). 요즘 힐링 작가로 뜨면서, 그의 삶을 다룬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도 나왔다.

웨인은 다섯 여동생과 어머니를 부양해야 했다. 생계를 위해 미술 교사를 그만두고 잡지사 삽화 작가를 했다. 양손을 사용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사진이 없던 시절, 실물 같은 판화를 만들었다.

24세에 열 살 많은 동생의 가정교사 에밀리와 결혼했는데, 에밀리는 결혼 6개월 만에 말기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아내가 집에 데려와 키우던 피터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좋아하기에 웨인은 피터의 다양한 자세를 그림에 담았다. 잡지사 편집자가 고양이 그림들을 보고 출판을 제안했고, 그게 대박을 터트렸다. 하룻밤 만에 ‘고양이 스타’로 떠올랐다. 아내를 저 세상으로 보낸 후, 웨인은 피터를 줄기차게 그린다. 크리켓을 하는 고양이, 자전거를 타는 고양이를 그렸다. 사람들은 인간 같은 고양이를 좋아했다. 그는 고양이 의인화 시조가 된다.

웨인은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아 명성에 비해 가난했다. 정신 건강이 악화되어 주변에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다 63세에 정신 이상 판정을 받고 런던 빈민 병원에 입원한다. 거기서 병원의 부탁으로 병원 벽에 고양이를 그려 넣기도 했다.

고양이는 사람 건강에 도움이 된다. 고양이를 키우는 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26% 감소했다는 연구가 있다. 고양이가 내는 소리는 25~140헤르츠(Hz)인데, 이 주파수대 소리가 심리 치유에 도움 된다고 알려져 있다. 편두통 환자가 고양이 근처에 머리를 대고 누웠을 때 두통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웨인은 자기 삶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서도 평생 고양이를 그렸지 싶다. 말년에 그린 고양이는 따뜻한 색감에 몽글몽글한 형상이다. 100년 후 고양이가 사람 대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그램 문패를 장식할 줄은 고양이 화가도 상상하지 못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