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증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극복하는 안정화 기법

한국 사회 전체가 큰 트라우마를 받았다. 누군가의 딸과 아들이었을 젊은이들이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뜨면서 마치 내 가족이 희생된 것처럼 느껴지며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이처럼 일시에 거대한 불안과 공포, 통탄, 허탈함 등을 겪게 될 때는 그것이 장기화되고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리적 안정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심리 안정화 기법을 권한다. 평소에 화가 나거나, 불안감이 엄습할 때, 초조함이 압박할 때에도 안정화 기법을 쓰면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학회는 말한다.

◇호흡으로 불안 심리 관리

심호흡은 스트레스 반응으로 생기는 불안과 고통을 가라앉힌다.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 하고 소리를 내면서 풍선을 불듯이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호흡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이런 변화는 긴장, 예민함, 불안 등을 유발한다. 심호흡을 하면, 안정을 유도하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교감신경 항진은 줄어든다.

복식호흡도 안정에 강력한 효과를 낸다. 숨을 들이쉬면서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숨을 내쉴 때 꺼지게 하는 호흡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호흡이 빨라지고, 복부보다 가슴으로 숨을 더 많이 쉬게 된다. 가슴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고 긴장되면서, 답답함, 숨쉬기 어려움을 더 느끼게 된다. 반면 복식호흡을 하면 지치지 않는 근육 특성을 가진 횡격막을 주로 이용하기에 피로도가 적고, 깊은 복식호흡 그 자체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즉각적인 이완을 유도한다.

◇스스로 자신을 위로

심한 트라우마에 노출된 사람에게 해리 증상이 올 수 있다. 트라우마 상황에 몰두되어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과거 트라우마’ 상황에서 벗어나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안정화 기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착지법이다.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으며, 발뒤꿈치에 지긋이 힘을 주어 단단한 바닥을 느끼는 방법이다. 이런 동작을 반복하면 과거 트라우마에서 멀어져, 지금 현재 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착지법은 과거에 경험했던 여러 가지 생각, 이미지, 감정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나비 포옹법도 안정화에 좋다.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10~15번 정도 두드리는 방법이다. 갑자기 긴장되어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그것이 빨리 지나가게끔 자신의 몸을 좌우로 두드려 주고 ‘셀프 토닥토닥’하여 스스로 안심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백명제(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총무위원장은 “나비 포옹법은 과거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가 떠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머리 속을 움켜쥐고 있을 때 쓰면 좋다”며 “내 팔을 두드리며 손과 팔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 ‘지금-여기’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교대로 팔을 두드리는 양측성 자극은 아직 명확히 원리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심리치료에 효과가 있다”며 “스스로를 안아주면서 팔을 토닥거리는 행위 자체도 몸과 마음의 진정을 이끈다”고 백 교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