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종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사고로 순식간에 생명을 잃는 것처럼 허망한 것이 없다. 사고는 밖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집 안에도 낙상, 화상 등 각종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영유아나 노인은 사고에 취약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각심을 갖고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집 안 사고가 밖보다 많아
일본 후생노동성(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 통계에 따르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고로 한 해 1만3000여 명 정도가 세상을 떠난다. 교통사고 사망보다 3배 가량 많다.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는 일본에서도 집 안 사고사가 그렇게 많다. 우리나라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희생자의 7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낙상 사고로 인한 구급차 출동 기록도 야외나 거리보다 집 안 발생이 가장 많다.
집 안 사고에서 가장 흔한 것이 낙상이다. 고령자 낙상은 넘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골다공증 골절 여파로 누워 있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근육이 다 빠져 급격히 노쇠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에 잘 걸리고, 혈액순환이 느려져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고령자는 낙상 후 1년 내 20%가 죽음을 맞는다는 통계도 있다. 나이 들어 넘어지면 삶이 넘어지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목욕탕에서 많이 넘어진다. 욕조와 변기 주변 곳곳에 손잡이를 달고, 미끄럼 방지 바닥 시설을 갖춰야 한다. 계단이나 복도에도 난간 손잡이를 다는 게 좋다. 집 안에 널브러진 방석, 진공청소기 코드 등에도 발이 잘 걸려 넘어진다.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 가다가도 많이 넘어진다. 바닥 쪽으로 작은 실내등을 켜고 잠자리에 들거나, 사람이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점등되는 전구를 쓰는 것이 권장된다.
◇이런 사람 낙상 위험
하체가 부실하거나, 균형감을 잃었거나, 약물 복용이 많을수록 낙상이 많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센터는 낙상 위험도를 체크 리스트로 만들어 그 위험성을 알린다. 발이 뭔가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거나, 걷는 속도가 느려졌거나, 수건을 꽉 짜는 것이 힘들 때(근력 약화를 시사) 등 21개 평가 지표<그래픽 참조>를 만들고, 여기서 10개 이상이 체크되면 낙상이 발생할 확률이 30% 있다고 본다. 18 항목 이상이면 100% 넘어진다.
◇넘어지지 않는 환경 만들어야
침대는 가능한 한 높이가 낮은 것을 쓰고,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화장실이 정면으로 보이는 방향이 되도록 침대 위치를 둬야 한다. 노인은 바깥출입을 하면서 신발을 벗고 신을 때 넘어질 수 있다. 현관에 작은 의자나 손잡이를 두는 게 좋다. 집 안 조명도 항상 밝게 해야 한다. 거실은 정리 정돈을 하고, 바닥이나 계단 등에 거동에 불편을 주는 물건을 두지 않는다. 집 안에서 미끄러운 양말이나 슬리퍼는 신지 않도록 한다.
고령자는 식사하다가 사레 걸려서 음식이 폐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흡인성 폐렴을 조심해야 한다. 식사할 때 차나 물로 목을 적시면서 조금씩 천천히 잘 씹어 먹어야 한다. 떡 등 끈기가 있는 식품은 작게 잘라 먹는 게 좋다. 씹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말아야 한다.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하면 음식이 폐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니 허리를 곧게 펴고 식사하는 게 좋다.
박건우 고려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백내장 등으로 시력에 문제가 있거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통증이 심한 관절염이 있거나, 골다공증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특히 낙상에 주의해야 한다”며 “나이 들면 낙상 요인을 개선하면서 스쿼트나 계단 오르기 등 하체 좌우 균형감을 높이고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