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기자 시절엔 매일 아침에 조깅을 했다. 그러면 활력이 솟고 자신감이 생겼다. 조깅이 나의 ‘행복 레시피’중 하나였다. 나이 들어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서 자전거로 바꿨다. 새벽 한강변을 따라 달리면 어느새 가슴이 충만해지며 행복감에 젖게 된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몇분만이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고 마음을 쉬고 있을 때 행복한 마음 상태를 가질 수 있다. 이는 훈련으로 가능하다. /출처=셔터스톡

허리 디스크가 찾아와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요즘은 운동을 자제하고 명상을 한다. 명상은 최근 5년간 나의 행복 레시피에 추가된 항목이다.

운동, 자연에서 걷기, 책읽기, 글쓰기, 식도락, 술, 음악, TV오락프로 보기, 여행, 봉사활동(가끔) 등과 함께 명상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대표적인 식재료다.

대부분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등 뭔가를 ‘행하는(doing)’ 유위(有爲)적 방식이라면, 명상은 ‘하지 않음(non-doing)’을 행하는 무위(無爲)적 방식이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호흡에 집중하는 ‘집중명상(止·사마타)’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통찰명상(觀·위빠사나)’을 몇분만 하더라도 마음이 가라앉고 잔잔한 기쁨과 활력, 희망이 찾아온다.

명상이 처음에는 잘 안되지만 습관화되면 고달픈 세상살이 속에서도 마음의 평정이 잘 흐트러지지 않는다. 설령 기분 나쁜 일을 닥쳐도 금방 회복된다. 이른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강화돼 심리적 에너지가 풍부해진다.

현대 과학은 행복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부위와 신경회로 상태, 호르몬 분비 정도 등을 통해 행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미국 위스콘신대 리처드 데이비드슨 교수팀이 지난 수십년간 세계적 명상 고수인 티베트 스님들과 많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지금까지 가장 행복한 뇌상태를 보인 이는 프랑스인 마티유 리카르(76)였다.

그의 뇌를 정밀촬영했을 때 행복감을 나타내주는 좌측 전전두피질(left 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 정도가 최고를 기록했으며, 해당 뇌 부위의 피질 두께와 밀도도 정상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

또한 분노·불안·공포를 관장하는 편도체 기능은 매우 안정적인 반면 자기조절능력(전방대상피질), 기억·회복탄력성(해마), 연민·공감(섬피질) 능력을 관장하는 뇌기능이 아주 발달했다. 대중매체는 그에게 ‘세계 최고의 행복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와 화가 사이에 태어나 매우 지적인 분위기에서 자랐고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1972년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양양한 과학도였다.

그러나 바로 그해 그는 히말라야 산속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티베트 불교 승려로 51년째 수도승 생활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 행복남’으로 불리는 프랑스인 티베트 스님 마티유 리카르. 지금까지 조사된 사람들중에서 그는 가장 행복한 뇌 상태를 보여 주었다. /출처=뉴시스

그는 자신이 느끼는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극히 건강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깊은 충일감… 단순한 기쁜 느낌이나 순간적 감정, 기분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느껴지는 최적의 상태” (a deep sense of flourishing that arises from an exceptionally healthy mind… not a mere pleasurable feeling, a fleeting emotion, or a mood, but an optimal state of being)

마티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행복은 훈련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훈련은 마음이나 감정상태, 현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통찰(명상)에서 시작되며 이 통찰이 우리 내적인 행복을 극대화하는 습관을 촉진시키고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의 행복은 고대로부터 추구해온 ‘마음의 평정’에서 비롯됨을 그대로 보여준다. 행복과 불행을 비롯,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불교 핵심사상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도 일맥상통한다.

# 여러분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인가? 적어도 인생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돈·권력·명성·인기 등이 행복의 종착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 역시 오랜 기자생활과 청와대 비서관 등을 거치면서 권력가·재벌 등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진정 마음이 행복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세계 최고 행복남’이 느끼는 행복한 상태를 분석해보면 ▲지극히 건강한 마음 ▲순간적 기쁨이 아닌 깊은 충일감 ▲더도 덜도 없이 지금 상태 그대로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자연 속에서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맛난 음식을 함께 먹을 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할 때,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친우와 술 한잔을 할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 좋은 행동을 할 때 행복한 마음 상태가 된다. 그리고 명상은 그런 행복감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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