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이 세상 뜨기 2년 전에 그린 유화 작품 흰 소. 살이 없고 뼈가 도드라진 모습이 당시 영양실조를 겪던 그의 삶을 말해준다는 해석이다. /홍익대 박물관 소장

이중섭(1916~1956년)은 한국 근대화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현대사와 맞물려 비극적인 삶을 살았고, 마흔에 생을 마감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까지 갔으나,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가족과 이별, 궁핍, 투병으로 이어진 삶을 살았다. 그릴 종이가 없어서 담뱃갑 은종이에 그림을 그렸다는 일화가 척박한 화가 생활을 알려준다.

그가 세상 뜨기 2년 전에 그린 작품 <흰 소>를 보자. 평소 소를 좋아했던 이중섭은 우직하고 성실한 소를 우리 민족에 빗대어 그렸다고 한다. 흰 소는 백의민족을 연상시킨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흰 소의 몸집을 보면, 우직함과 거리가 멀다. 매우 야위었고, 살은 없이 골격만 도드라져 있다. 전쟁 이후, 먹고 살기 힘들었던 상황을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흰 소 체형은 이중섭 몸 자체이기도 했다. 그는 잦은 음주와 궁핍한 생활로 영양실조를 앓았다.

전대원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중섭은 간질환을 앓은 지 6년 만에 죽음을 맞았는데, 일반적인 간질환 경과보다 매우 빠른 속도”라며 “영양실조와 간경변이 동시에 오면, 간질환 악화가 급속히 이뤄진다”고 말했다. 만성 간질환자에게 영양 상태는 서로 맞물려 생존 기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전대원 교수는 “간경변 환자는 간에 에너지를 축적하는 저장 공간이 줄어들어 10~12시간만 금식해도 간 내에 에너지원으로 저장된 글루코스가 고갈돼 금세 기아 상태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에 만성 간질환자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는 것보다, 여러 번 적은 양으로 나눠서 하고, 야간에도 가벼운 식사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 된다.

알코올성 간질환자에게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 B1과 비타민 E, 아연 결핍도 와서 간질환 악화가 촉진된다. 이들에게 아미노산을 포함한 적극적인 영양 섭취 치료를 하면 사망률이 떨어진다고 전 교수는 전했다.

<흰 소>에게, 앙상해도 뭔가를 버티며 어딘가에 달려가려는 기운이 보인다. 이중섭은 험난한 세상을 그렇게 붓과 몸으로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