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로스(1942~1995년)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미국 PBS에서 방송된 ‘그림 그리기의 기쁨’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화가다. 30분 만에 근사한 풍경화를 뚝딱 완성하면서 “참 쉽죠”라고 말해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에도 방영된 이 그림 쇼를 본 사람들은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쉽구나” 하고 느꼈다. 미술 대중화에 기여했다.
그는 공군에서 20년간 상사로 복무했는데, 모든 걸 빨리빨리 마쳐야 하는 군대 문화 덕에 취미로 그린 그림도 후다닥 그리게 됐다고 한다. 눈 덮인 산이나 침엽수림이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데, 공군 근무지인 알래스카 경험에서 나왔다.
로스의 초고속 회화는 마르지 않은 물감 위에 물감을 덧칠하는 ‘웨트 온 웨트’(wet on wet) 기법 덕이다. 잘못 그려도 곧장 다른 붓질로 만회할 수 있다.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바로 채색하는 방법을 썼다.
로스는 ‘그림 쇼’를 한참 진행하던 차에 림프종에 걸려 53세 나이에 세상을 떴다. 림프종은 혈액암의 한 종류다.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림프 조직에 생긴 악성 종양이다. 머리나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대장 등 몸속 어딘가에 다발성으로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의 림프종은 발생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 허준영 한양대구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증상은 이유 없이 열이 나거나 체중이 줄고, 자다가 땀에 흠뻑 젖기도 한다”며 “성장이 빠른 경우 발병 후 몇 개월 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는 항암제, 항생제 등을 섞어 쓰는 복합 항암 요법을 하고,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면역세포치료나 조혈모세포 이식 등 다양한 치료법이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다”고 허 교수는 덧붙였다.
밥 로스의 붓놀림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를 잊고 힐링이 된다고 해 요즘도 유튜브에서 로스 프로그램이 인기다. 정작 그는 ‘그림 그리기의 기쁨’을 잘 만들기 위해 스트레스를 겪었고, 암까지 걸렸으니, 세상 참 아이러니고 안타깝다. 나도 남도 즐겨야 건강 장수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