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사무직 남성이 대학병원 심장내과 진료실을 찾았다. 그는 회사서 하는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그냥 지냈는데 최근 숨이 답답한 듯해서 왔다고 했다. 심장 초음파 등 정밀 검사를 해보니, 심장이 고혈압 때문에 약간 커져 있었고, 심장 박출량에도 변화가 생겼다. 꽤 오랜 기간 고혈압에 노출됐다는 의미다. 요즘 대학병원 진료실에 이처럼 고혈압 합병증 상태까지 간 젊은 환자가 꽤 늘었다고 의료진은 말한다. 고령층은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으로 혈압이 조금만 높아도 진료실을 찾은데, 젊은 환자들이 되레 고혈압에 장기간 노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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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고혈압 급증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은 90 이상인 경우다.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관 탄력성이 떨어진 60대에 가장 많다. 그런데 최근 20~30대 젊은 고혈압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혜미 교수가 분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30대 고혈압은 2017년 16만6000여 명이던 것이 2021년에는 21만800여 명으로 늘었다. 5년 새 27% 증가했다. 20대 고혈압은 5년 전 2만9000여 명에서 지난해 4만2000여 명으로, 44% 늘었다. 이제 2030 고혈압 환자가 25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자신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낸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한고혈압학회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30대에서 고혈압 인지율은 17%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비율도14%밖에 되지 않았다.

◇젊은 고혈압이 더 위험

젊은 환자가 늘고 있는 이유로 비만과 과체중 증가가 꼽힌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인한 활동량 부족, 취업난 등의 스트레스도 혈압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7년 병원에서 20~30대 비만으로 진단된 환자는 6340명에서 2021년 1만493명으로 66% 증가했다. 비만 상태는 교감신경 활성이나 혈압을 올리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증가시켜 혈압을 올린다.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외식 횟수가 잦고, 배달 음식 식사가 많다. 이들 음식은 대개 짭조름하여 나트륨 섭취량을 늘린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압을 올리는 주범이다.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 서울시민 하루 나트륨 섭취량 자료에 따르면, 남녀 모두 30~39세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 남자의 섭취량은 하루 4569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 2000mg보다 2.3배 많다.

이른 나이에 생긴 고혈압일수록 고혈압 노출 기간이 길어 망막병증, 말초혈관 질환, 신부전, 좌심실 비대 등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 가능성도 커진다.

김혜미 교수는 “젊은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들도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등으로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요즘 트렌드에 맞게 모바일 앱(App), 웨어러블 스마트 워치, 블루투스 혈압 측정기 등을 활용하여 원격 모니터링 형태로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젊은 층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