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는 지치고 고갈된 사회다. 의욕감퇴, 만성피로, 짜증과 우울을 달고 산다. 수십 년간 ‘빨리빨리’를 부르짖다 보니 늘 불안과 조급증, 화, 분노에 휩싸여 있게 되고 이것이 신체적으로 심장병, 혈관질환, 당뇨, 암 등으로 발전한다.
삶의 여유, 생활의 관조, 심신의 조화가 깨진 21세기 한국 사회는 누구나 쉽게 성내고, 관계를 끊고, 목숨을 던지는 사회가 돼버렸다. 어쩌면 우리 한국인들 상당수가 초기 정신병 질환자일 수 있다.
세계에서 제일 바쁜 한국인들에게 만연하는 우울증, 자살, 중독, 수면 부족, 만성피로, 식욕 장애, 공황 발작 등은 어떻게 해야 치유할 수 있나.
# 뇌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신경 물질이 세로토닌과 아드레날린, 엔도르핀이다. 아드레날린이 흥분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나오고, 엔도르핀이 기쁨이나 환희가 넘칠 때 분출되는 것이라면 세로토닌은 편안할 때 나온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골을 넣거나, 연인끼리 뜨겁게 포옹할 때 나오는 강한 행복감이나 기쁨이 엔도르핀에서 연유되는 것이라면, 친한 사람끼리 햇살 비추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잔잔한 행복감이나 평온함을 제공해주는 것이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평상심을 잃고 불안해하거나 충동적이 되기 쉽고,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우울증 환자들이 복용하는 항우울제가 바로 뇌 속에서 세로토닌의 결핍을 억제해주는 작용을 한다.
세로토닌은 햇볕을 쬐면 왕성하게 분비된다. 그러나 아파트, 지하철, 빌딩 숲 속에 사는 도시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는 예전처럼 햇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햇볕도 제대로 못 쬐고, 흙도 밟지 못하며, 오염된 공기와 물, 그리고 인위적으로 재배된 음식물을 먹고 마시며 오로지 ‘빨리빨리’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도시의 삶은 모든 것이 자연과 역행한 삶이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익숙했던 자연 속 삶은 더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수십만년간 지탱해온 삶의 방식이 하루아침에 인공적 삶으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 한국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한국인들의 뇌 속에서 세로토닌의 배출이 더욱 왕성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느림의 삶’과 ‘자연 친화적인 삶’이 필요하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느림의 라이프스타일’이 작동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삶을 관조하게 되며, 자연과 더불어 지내야 신체의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이 높아져 내면의 행복감이 증진된다.
지금 현대인들은 ‘느리고 단순한 삶’,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동경한다. 그러나 제대로 실천은 못한다. 기술의 진보, 물질에 대한 욕망, 속도감 있는 질주, 편리함과 쾌락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에서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피에르 쌍소 교수는 저서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통해 아홉 가지 슬로 라이프 실천법을 소개했다.
•한가로이 산책할 것.
•말하기보다는 다른 이의 말을 들을 것.
•권태 속에서 느긋하게 지내볼 것.
•즐거운 몽상에 빠져볼 것.
•열린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릴 것.
•고향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어린 나만의 장소를 만들 것.
•글을 써볼 것.
•남을 비판하거나 질투하거나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 것.
•가볍게 술 한잔하는 여유를 만끽할 것.
# 이 9가지 슬로우 라이프 실천법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이것을 실행하는 동안 진짜 머리가 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상태가 돼야 하는데 늘 쫓기면서 살아오다보니 막상 한가로운 마음을 가지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소 잠깐이라도 심호흡, 기도, 묵상, 선(禪), 명상, 요가, 단전호흡 등을 습관화해 마음을 고요히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