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이 동화를 쓰고 있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안데르센 동화 출판 도서 페이스북 홈페이지 표지 사진

덴마크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년)의 작품은 150여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웠다. 어렸을 때 다들 인어공주, 벌거숭이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를 읽었지 싶다. 그는 살림이 어려운 구두 수선공 집 아들로 태어났다. ‘성냥팔이 소녀’는 가난하게 자라서 구걸까지 해야 했던 어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안데르센은 연극 배우를 꿈꿨으나 발음이 부정확해 접어야 했다. 희곡을 써서 극단에 수차례 보냈지만, 문법과 맞춤법이 엉망이어서 번번이 반송당했다. 다행히 작가 재능을 알아본 후원자의 도움으로 뒤늦게 코펜하겐 대학에 입학했고, 희곡과 소설 작가가 됐다. 동화는 서른 살부터 본격적으로 썼는데, 일생동안 쓴 160여 편 모두 어른도 찾아 읽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안데르센 우표가 나왔고, 장례식에서는 덴마크 국왕이 자리를 지켰다.

안데르센은 학창 시절에 글보다는 말을 잘했다. 글을 쓰면 철자를 틀리고, 제대로 읽기도 힘들었다. 그는 자신보다 여섯 살 어린 학생들이 있는 문법 학교에 보내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의학계는 안데르센이 어렸을 때 난독증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난독증은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책 읽는 동안 눈동자 시선을 추적하는 검사를 해보면, 한 단어에 계속 시선이 왔다 갔다 하며 머물거나, 여러 단어를 건너뛰기도 한다.

박세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실제 난독증 아동들을 보면 발음이 부정확하고, 기초 문법을 잘 이해하지 못해 틀리는 문장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말과 글이 그런 이유로 언어적 재능이 없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상남도 교육청과 박세근 원장이 경남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시선 추적 난독증 검사를 한 결과, 5%가 난독증으로 분류됐다. 난독증은 읽기 관련 신경망 훈련으로 개선될 수 있다. 조기 발견 치료를 하면, 아이들의 재능과 꿈이 커갈 수 있다. 동화 같은 삶을 산 안데르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