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명상을 익히면 언제 어디서나 잠시 짬을 내 마음을 쉬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사진은 MBSR 창시자인 존 카밧진 교수가 책상 위에서 명상하는 모습. /출처=solterreno.com(스페인 명상센터)

# 원로 심리학자 고(故) 장현갑 교수(1942~2020)는 안식년 휴가 중 인생 최대의 재난을 당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여행을 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자신도 두 다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중상을 입고 꼼짝도 못한 채 아내와 딸이 고통스럽게 최후를 맞는 모습을 현장에서 고스란히 목격해야만 했다.

그때 나이 50대 중반. 인생 황혼기를 앞둔 그에게 충격과 트라우마는 대단했다. 그러나 그는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사고 6개월 만에 침대에서 일어났고, 몇 년 뒤에는 목발 없이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이후 연구에 매진,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에 걸쳐 9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세계적 학자로 연구업적을 남겼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그 어려운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해답은 ‘마음챙김 명상’ 덕분이었다. 그는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던 30대 시절부터 심신 건강 차원에서 우리 전래의 단전호흡과 명상을 수련했다. 이후 영남대로 옮겨 뇌과학을 연구하다가 미국에서 활발하게 시작된 ‘마음챙김’ 명상을 접했다.

사고 당시 장교수가 연구하던 것이 바로 미 매사추세츠대학병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창안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이었다.

카밧진 교수가 한국의 숭산스님 등을 통해 배운 선불교 명상과 요가를 의료에 접목해 불의의 사고로 인한 만성 통증, 불치병, 스트레스 환자들에게 적용해 큰 효과를 본 프로그램이었다.

장 교수는 스스로 임상실험자가 돼 MBSR 이론과 기법을 적용했다. 우선 매일 명상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마음챙김 명상이 진통제・항우울제・수면제보다 몇십배 더 큰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마음의 평정은 곧바로 심신의 건강과 회복으로 이어진다. 면역력이 강화돼 염증을 치유하고, 부서진 뼈가 붙고 새 살이 돋았다. 통증환자에 대한 MBSR 재활 프로그램을 철저히 따라해 신체 운동력을 회복했다. 결국 수년간 분투 끝에 지옥 같은 마음과 하반신 마비의 고통에서 벗어나 재활에 성공했다.

장교수는 사고 나기 2년 전에도 마음챙김 명상으로 목숨을 건졌다. 러시아 오지 답사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협심증 발작으로 사경을 헤매는 상황에서 의료진 도움 없이 심호흡과 명상을 통한 일종의 ‘응급 자기 치료’로 위기를 넘겼다.

존 카밧진(왼쪽)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있다. /출처=yoga8sam(독일 요가학교)

# MBSR을 만든 존 카밧진은 우울증을 비롯한 많은 마음병을 일으키는 원인중 하나로 ‘생각의 과식(過食)’을 꼽는다.

마치 너무 창을 많이 띄운 컴퓨터가 느려지다 제대로 작동을 못 하듯이, 사람들의 ‘생각의 과부하’는 탈진과 불안, 삶에 대한 만성적인 불만으로 이어지며 결국 고장 난 컴퓨터처럼 작동을 멈추게 된다.

그는 현대인들의 산만한 정신 상태를 생각의 ‘자동조종 모드(autopilot)’라고 설명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한편으로 전화로 업무 지시를 내리고, 다른 한편으로 저녁 약속을 생각하는 등 동시에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집에서 샤워하면서 회사 생각을, 회사에서는 휴가 갈 궁리를 하는 엇갈린 생각 체계가 현대인의 비극이자 정신병과 스트레스의 근원이라고 보고 이를 극복하고 치료하기 위해 명상을 권한다.

# 마음챙김 명상(MBSR)의 기본은 단전호흡이나 다른 명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모든 행동을 의도적으로 멈추고 그저 자리에 앉아 있거나 누운 채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감각이야말로 초보자들이 다른 생각에 빠지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며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릴 때 마음챙김의 기본이 이뤄진다.

그러나 곧 다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면서 호흡하는 ‘마음챙김’을 잊어버리게 만드는데, 그것을 훈련을 통해 다시 기억하게 해 습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상태가 숙련되면 쓸데없는 마음의 번뇌를 잊고 텅 빈 마음의 상태 속에서 자연스럽게 평온하고 행복한 마음을 얻게 된다.

그는 이런 반복된 명상의 학습 효과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 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마음의 행복감을 증진시켜 진정한 인격적 성숙과 지혜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비판적 사고력, 분석력, 논리적 추론 능력 등 이성(理性)을 계발하는 교육을 받아 왔으나, 기쁨, 사랑, 슬픔, 분노 등 감성(感性)을 관리하고 직관・주의력・자각(awareness)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은 받아보지 못했다.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좌뇌’ 교육은 집중적으로 받았지만 ‘우뇌’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MBSR 등 명상은 좌뇌의 의식세계에서 벗어나 우뇌의 무의식 영역으로 들어가 고요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내면을 만들어준다.

MBSR은 명상 초심자들에게 먼저 ‘건포도 먹기 훈련’을 통해 각자의 감각적 경험을 살피도록 한 다음 호흡, 바디스캔, 소리, 생각, 감정에 대한 집중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만듦으로써 생각의 과부하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의도적으로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그의 명상법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온갖 생각의 강물에 휩쓸려 사는 현대인들에게 획기적인 정신건강 증진 방법으로 다가왔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나 역시 큰 효과를 얻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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